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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속 심리학] 마크 트웨인 2부

by 황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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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하는 거죠?

어느 겨울 오후, 혜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 근처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어두운 방 안에만 갇혀 있는 것 같아, 잠시라도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나아질 것 같았다. 테이블 구석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손에 쥐었지만, 그녀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자리를 찾지 못했다.


카페 안은 조용히 웅성거리는 소리와 잔잔한 음악으로 가득했지만, 혜진의 머릿속은 더 큰 소음으로 가득했다. "다들 날 보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이렇게 망가진 걸 알고 비웃는 것 같아."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섰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혜진의 귀에 크게 울렸다.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해. 내가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걸 비웃고 있는 거야." 그녀는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불안이 망상으로 폭발하는 순간

처음엔 참으려고 애썼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냥 내가 예민한 거겠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커피잔을 응시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하지만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옆 테이블에서 무언가 귓속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혜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불안과 자기 비난, 그리고 분노가 뒤엉켰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 테이블을 향해 외쳤다.

"지금 내 얘기하는 거 맞지?!"


카페 안은 순간 조용해졌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당황한 얼굴로 혜진을 바라봤다.

"네가 뭔데 나를 비웃어?!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분노와 서러움이 그녀의 목소리에 얹혀 카페 전체로 퍼졌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죄송한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말은 혜진의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거짓말이야. 분명히 내 얘기를 하고 있었잖아.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혜진은 그들을 노려보며 계속해서 항의했지만, 다른 손님들은 그녀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망상의 시작과 깊어지는 고립

카페를 나선 혜진은 쏟아지는 시선과 웅성거림 속에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잘못 들은 걸까? 아니야, 분명히 그 사람들은 내 얘기를 하고 있었어."


그날 이후, 혜진의 불안은 더욱 심해졌다. 카페나 공공장소에 가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보고 험담을 하는 것 같았다. 길을 걷다가 웃는 소리가 들리면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아 숨이 가빠졌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속삭였다.
"왜 이렇게 내가 초라하고 웃기게 보여? 사람들이 날 다 비웃을 만큼 내가 그렇게 잘못 산 걸까?"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의심이 자라났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귓속말, 심지어는 지나가는 차의 경적 소리마저 그녀를 비웃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세상에서 추방당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깊어지는 고충과 현실의 왜곡

혜진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현실을 분리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이런 생각들이 돌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웃음거리로 삼고 있어."

"내가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그들이 날 비웃는 건,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결국,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모든 공간이 적대적인 시선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신과 방문? 명상하기? 공감받기?

혜진과 같은 사람들이 불안과 예민함 속에서 스스로를 옥죄며 고통받을 때, 대개 정신과에 방문하여 약물 치료를 시작합니다. 약물은 그녀의 뇌를 잠시 진정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혜진의 뇌가 갑자기 고장 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큰 물리적 외상이 없었는데, 그녀의 뇌가 단번에 잘못 작동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약물이 일시적인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혜진이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되찾고, 뿌리 깊은 불안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상태에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며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명상은 분명 좋은 도구이지만, 혜진처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폭발하는 사람에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혜진에게 추천하는 방법: 녹음하기

이럴 때 제가 심리학자로서 가장 추천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녹음하기입니다. 이 방법은 혜진처럼 불안이 걱정을 낳고, 그 걱정이 또 다른 걱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떠오르는 모든 걱정을 녹음하기

혜진이 불안과 걱정으로 너무 힘들어질 때,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고민들을 핸드폰 녹음기로 바로 녹음합니다. 머릿속에서 끝없이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글로 적기에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수 있으니, 말로 풀어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걱정을 필터링하지 않고 모두 녹음하는 것입니다. 녹음 예시


"내일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내가 말을 잘 못하면 어떡하지?"

"만약 내가 일을 제대로 못해서 계약이 취소되면 어떡하지?"

"그러면 수입이 끊기고, 앞으로 아무도 나를 고용하지 않을지도 몰라…"


걱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대로 녹음에 담으세요.


2. 며칠 뒤, 녹음된 파일을 다시 듣기

녹음한 파일은 바로 듣지 않고, 마음이 조금 진정된 며칠 뒤에 다시 듣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혜진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걱정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그중 상당수가 현실적이지 않거나 과장된 상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녹음 파일을 다시 들으면서 혜진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걱정이 정말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과거에도 비슷한 걱정을 했지만, 결국 잘 지나갔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

"내가 지금 너무 멀리 나간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자신의 걱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반복되면, 혜진은 점점 걱정의 크기와 범위를 줄이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3. 고민을 친구나 애인과 공유하기

아주 친한 친구나 애인이 있다면, 녹음한 파일 중 하나나 두 개를 선택해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상대방과 혜진의 고민을 나누며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걱정이 과도한지 현실적인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혜진은 자신의 마음을 열린 자세로 털어놓는 연습을 하게 되고, 타인의 지지와 이해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걱정의 폭발을 방지하고, 그것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녹음을 듣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혜진아, 네가 걱정하는 부분도 이해는 되지만, 이 중에 정말로 신경 써야 할 건 두세 가지밖에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제삼자의 시선을 통해 걱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혜진이 자신이 지나치게 많은 걱정의 고리를 만들어냈음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녹음하기가 가져오는 변화

이 과정을 통해 혜진은 점차 자신의 걱정을 다루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됩니다.


걱정의 폭발을 막는다
걱정이 폭발하듯 커지기 전에, 혜진은 녹음 과정을 통해 걱정을 외부로 끌어내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고민과 불필요한 고민의 구분
녹음을 반복하다 보면 혜진은 실제로 고민해야 할 것과, 걱정을 위한 걱정을 분리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걱정이 꼬리를 무는 구조를 파악하면서, 혜진은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게 됩니다.


녹음하기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혜진은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며,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필요하게 만들어낸 고민의 고리를 점차 끊어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걱정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그것을 기록하고 다시 바라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걱정을 덜어내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은 결국 이런 훈련 속에서 길러집니다.


혜진뿐 아니라, 비슷한 고민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 이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것을 다루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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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had a lot of worries in my life, most of which never happened.

- Mark Twain -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본명: Samuel Langhorne Clemens, 1835–1910)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유머리스트로, 풍자와 유머를 통해 인간성과 사회를 탐구한 인물입니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인종차별과 노예제를 비판하며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지역 방언과 구어체를 사용해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전했으며,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도덕성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트웨인의 글은 미국 남부의 문화와 삶을 생생하게 그리며, 자유와 정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명언과 강연은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제공하며, 오늘날까지도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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