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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속 심리학] 마크 트웨인 1부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by 황준선

혜진의 일상적인 불안과 피로

혜진은 프리랜서 작가로 살아가며 매일 일정과 글쓰기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한 달 전,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그 후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좀 쉬면서 다음 일을 준비해"라는 조언을 하지만, 그녀에게는 쉬는 시간조차 부담으로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 자리는 사라질 거야." 혜진은 늘 자신을 몰아붙인다.


밤이면 머릿속에 "넌 아직 부족해"라는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힌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에야 겨우 잠에 드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게 쌓인 피로는 그녀를 더 민감하고 쉽게 지치게 만든다.


감정의 둔화와 관계의 단절

어느 날,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아는 혜진의 우울한 목소리를 듣고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혜진아, 괜찮아? 요즘 너 정말 힘들어 보인다."
"힘들긴 한데, 누구나 다 그렇잖아." 혜진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려 했지만, 정아의 걱정이 오히려 그녀를 짜증 나게 했다. "왜 나만 약해 보이는 걸까? 왜 나만 계속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정아와의 통화도 뜸해졌다. 정아가 다가오려 할수록 혜진은 더 거리를 두었다. "나도 잘 지내고 싶어. 근데 정아랑 이야기하면 내가 더 한심해 보이는 것 같아."


관계의 단절은 그녀의 고립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혜진은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깊어지는 자기 비난

혜진은 과거에 잘해왔던 글쓰기도 이제는 두려워졌다. 노트북 앞에 앉아도 머릿속은 하얗고, 글의 첫 문장을 쓰는 데 몇 시간을 보내다 결국 노트북을 덮는다. "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야." 그녀는 글쓰기의 실패를 자신의 가치와 연결 지으며 스스로를 점점 더 비난했다.


SNS에 올라온 동료 작가들의 성공적인 게시물은 그녀를 더욱 자책하게 만들었다. "다들 잘만 하는데 나만 뒤처지고 있어." 이런 생각은 그녀를 더 깊은 우울로 밀어 넣었다.


작업을 위해 만나던 클라이언트와의 연락도 점점 줄어들었다. 혜진은 자신이 점점 더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신체적 고통과 무기력

정신적인 고통은 신체적인 증상으로도 나타났다. 혜진은 자주 두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스트레스 때문일 거예요. 좀 쉬어 보세요."라는 의사의 말에 혜진은 속으로 외쳤다. "쉬라고요? 내가 지금 더 쉬면 아예 끝장난다고요!"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점점 힘들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어려워졌고,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있는 날이 많아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근데 이렇게 있는 내가 너무 싫다." 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웠지만,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외부와의 단절과 깊어지는 고립

혜진은 점점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굳이 연락한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어?" 친구들과의 약속은 번번이 취소했고, 가족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혜진의 어머니가 직접 집을 찾아왔다. "혜진아, 왜 이렇게 조용했어? 어디 아프니?"
혜진은 어머니를 보고 눈물이 났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조차 부담스러웠다.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 몰랐어."


그녀는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키며, "나는 어차피 혼자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의 절망

혜진은 점점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에 빠졌다. 하루하루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계는 움직이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가끔 창밖을 바라볼 때마다 혜진은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다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왜 나만 이렇게 멈춰 있는 걸까?"


밤이 되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나도 한때는 잘했었잖아. 나도 행복했었는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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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had a lot of worries in my life, most of which never happened.

- Mark Twain -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크고 작은 불확실함을 마주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간절히 얻고자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불확실함을 견디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불안과 예민함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는 이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혜진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혜진은 자신의 기대치가 높은 사람입니다. 문제는 그녀가 스스로 세운 높은 기준을 누구나 지켜야 하는 기본이라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업을 가졌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연애할 때는 반드시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 "버는 돈이 얼마라면 이만큼 돈을 써야 한다"와 같은,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룰을 그녀는 강하게 내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과 혜진의 성격은 결코 좋은 궁합이 아닙니다. 그녀는 이미 불안과 예민함 속에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데, 이런 믿음은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들 뿐입니다.


혜진은 남들이 10가지를 고민할 때, 50가지, 혹은 100가지까지 고민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문제를 작게 쪼개고 분류하며, 걱정거리를 더 촘촘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반드시 유익한 방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혜진이 고민하는 50가지, 100가지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사실 처음의 10가지 문제를 쪼개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반복해 곱씹는 행위일 뿐입니다.


삶에서 유독 특정 개인에게만 더 많은 시련과 불행을 가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것은 남들보다 그 사람이 예민하게 받아들여 스스로를 무겁게 짓누르는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남들은 같은 상황에서 적당히 흘려보내거나 덜 신경 쓰지만, 혜진은 모든 문제를 꼼꼼하게 마주하고, 더 작게 쪼개 고민을 키워갑니다. 결국 불안과 스트레스의 강도가 남들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입니다.


혜진은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 모든 불행은 나만을 향하는 걸까?" 그러나 이런 생각의 출발점은 외부의 환경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삶에서 불확실함과 시련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혜진은 자신의 예민함과 지나친 자기비판으로 그 무게를 몇 배로 증폭시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과대평가하고, 그것이 세상이 자신을 향해 가하는 공격처럼 느껴집니다.


문제는, 그녀가 자신의 관점을 깨닫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세상을 그렇게 바라볼 경우 발생하는 결과입니다. 혜진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며,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혜진이가 마음을 잃어버리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이어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봐주세요.


-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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