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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속 심리학] 살바도르 달리

완벽함을 두려워하지 마라. 결코 도달할 수 없으니.

by 황준선

나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프리랜서로 일하는 40대 남성이다. 회사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떠나 내가 선택한 삶은 '완벽한 아빠'이자 '완벽한 가족 지킴이'가 되는 것이었다.


아침 7시,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을 깨우고, 건강한 아침 식사를 차리고, 학교에 보내기 전까지 모든 것이 내 계획표에 맞춰 움직인다. 그 후에는 부모님 댁에 들러 필요한 일을 도와드리거나, 저녁 반찬을 준비한다. 틈틈이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아이들의 학원 픽업과 숙제 지도까지… 이 모든 일을 하면서도 나는 항상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이런 질문이 있었다.


"누군가가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사실 그 질문에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내가 잘하지 않으면 나는 누가 될까?"


처음엔 내 삶이 '슈퍼대디'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주변에서는 칭찬이 이어졌다. "어떻게 그렇게 다 해내세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 한편으로 뿌듯했다. 하지만 그 뿌듯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늘 다음 단계, 다음 계획을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나는 그들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했고, 부모님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그들의 건강 문제까지 챙겼다.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가도록 계획을 세웠지만, 내 머릿속은 항상 "이 다음엔 뭐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나를 위해 쉬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이 시간이 잘 쓰이고 있는가"를 고민했다.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 몸과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어느 날 둘째 아이가 학원 숙제를 깜빡한 일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아이와 함께 숙제를 끝내느라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다음 날은 부모님과의 약속이 있었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결국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부모님은 서운해하셨고,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더 잘할 수 있었잖아. 계획을 더 철저히 세웠어야지.”


그렇게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난 입원을 해야했다. 온몸이 망가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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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no fear of perfection. You will never reach it.

– Salvador Dalí -
완벽함을 두려워하지 마라. 결코 도달할 수 없으니.

많은 사람은 완벽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모습이 그려저서일 것이다. 하지만 완벽주의는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완벽주의가 빛나려면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아야 한다. 사람이 어떤 일에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 자연히 노력하게 된다. 그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잘하려는 마음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위 이야기 속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의 하루는 분 단위로 계획되었고, 육아와 가사를 철저히 관리하며 가족을 위한 헌신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가정과 일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그 해석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는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결과로만 평가했다. 그는 항상 이 정도 했으니 결과도 완벽해야 한다거나 이걸 못 해냈다면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은 그의 몸과 마음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들었고, 그런 자책하는 마음이 결국 아픈 몸으로 나타났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결과보다 과정을 돌아보자. 어떤 일을 마쳤다면,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자신의 노력을 칭찬하자. 내가 정말 열심히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둘째, 돌발 변수는 계획할 수 없음을 알자.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은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자. 우리의 일상은 신이 아니고서야 예측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 셋째,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해보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내가 최선을 다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다면 이미 충분히 잘한 것이다.


완벽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완벽을 추구했던 내 마음은 여전히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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