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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2시간전

[명언 속 심리학]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매일 수확한 것으로 하루를 평가하지 말고, 심은 씨앗으로 평가하라.

올해로 38살이 된 유나는 대학교 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할 만큼 ‘나만의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동아리에서 유나는 누구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하며 팀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가 왜 꼭 기존 방식을 따라야 해?”라는 그녀의 말은 동아리의 모토처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유나는 대기업에 입사했습니다. 나름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나에게 대기업의 구조는 꽤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회사 내에서도 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기존의 틀을 깨려는 태도로 인해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 또는 ‘나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그녀의 매력을 좋아하는 동료와는 친하게 지냈지만, 같은 이유로 갈등을 겪는 일도 많았습니다.


팀장이 된 후, 유나는 회사의 방대한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회사의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그녀의 제안을 “너무 급진적”이라고 평가하며, 진행을 보류했습니다. 


유나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왜 이렇게 보수적인 거지? 이 아이디어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


그녀는 회사의 반응에 실망했고, 아이디어를 더 이상 묵혀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진정한 ‘동료’로 여겨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객과 AI의 협업은 어떤 모습일까요?"
#혁신 #미래마케팅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좋아요"는 겨우 3개였고, 댓글도 "추상적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뿐이었습니다. 유나는 당황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유나는 그 이후에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소셜 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내 아이디어가 주목받지 못하는 건, 내가 충분히 자주 공유하지 않아서일 거야.”

그녀는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더 자주, 더 많은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의 링크드인(LinkedIn) 피드는 ‘뜬구름 잡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글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동료들조차 그녀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보며 “유나는 자기 생각만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라는 뒷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도 “팀장이 아이디어는 많지만, 실행력은 부족하다”는 평판이 돌았습니다. 그녀는 점점 고립감을 느꼈고, 더 큰 불안에 사로잡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불안은 그녀를 더욱 소셜 미디어에 매달리게 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악순환을 반복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줄어들수록, 유나는 더 많은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외면받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아이디어를 다듬을 시간조차 가지지 않고, 빠르게 올리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나는 대학 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던 친구 지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현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활용해 자신만의 사업을 운영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친구였습니다. 유나는 지현에게 지금의 답답함을 털어놓았습니다.


지현은 차분히 유나의 이야기를 들은 뒤 말했습니다.
“유나, 네 아이디어가 정말 좋은 건 알겠어. 하지만 네가 이해해야 할 건, 아이디어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사람들이 너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거라고 기대하는 건 욕심일지도 몰라. 때로는 아이디어를 공개하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해.”


이 말에 유나는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던져놓고’ 반응만 기다렸을 뿐, 그것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생략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Don’t judge each day by the harvest you reap but by the seeds that you plant.

- Robert Louis Stevenson -
매일 수확한 것으로 하루를 평가하지 말고, 심은 씨앗으로 평가하라.


20년 전, 동원증권의 광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친구, 그 친구가 좋다."

이 메시지는 당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낯설게 여깁니다. 유나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나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는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유나의 진심을 알게 되면, 그녀만큼 순수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요.


문제는, 인간관계가 진심을 알게 되기 전에 끝나거나 그전에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유나가 직장 생활에서 겪는 갈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틀을 깨려는 사람들의 딜레마

유나처럼 기존의 틀을 깨려는 사람들은 종종 "왜 그래야만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합니다. 이들은 세상의 틀을 깨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이러한 열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도대체 자신의 아이디어를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기발한지 확인받으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거나, 구체적인 결과물로 증명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그 신박한 아이디어가 남들에게는 그저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왜 아무도 내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라는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좌절은 자포자기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더욱 자신의 생각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게 만들어 악순환을 만듭니다.


혁신은 처음부터 환영받지 못한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사용하는 혁신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들도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문자 메시지가 이미 존재하던 시대에 "왜 카톡을 써야 하지?"라는 질문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카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카톡은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냈고, 이제는 한국 사회 전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카톡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과정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고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유나와 같은 사람에게 고독이 곧 좌절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다듬어 더 나은 결과물로 증명하는 시간으로 쓰여야 합니다.


고독의 재해석: 혁신의 필수 단계

유나와 같은 사람들이 겪는 고독은 단순한 외면이나 실패의 경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디어가 성숙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다듬고 구체화하여 세상에 전달한다면, 결국 그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유나는 자신의 고독을 성숙의 시간으로 재해석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진정한 혁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단계가 됩니다.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세상에 이해시키고 가치를 증명하는 데서 완성됩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19세기 후반 빅토리아 시대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모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와 도덕적 갈등을 깊이 탐구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해적 이야기를 대중화한 《보물섬》,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그린 심리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정서를 담은 《Kidnapped》 등이 있습니다. 그의 문체는 생생한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스티븐슨은 병약했던 몸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삶과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으며, 사모아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원주민들에게 "투시탈라(Tusitala, 이야기꾼)"로 불리며 존경받았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모험 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과 도덕적 갈등을 다루며 현대 문학과 심리 서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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