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51)과 모델 문가비(35)가 혼외자를 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두 사람은 2022년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나 가까워졌으며, 문가비는 지난해 6월 임신하여 올해 3월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정우성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문가비 씨가 SNS를 통해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 배우의 친자가 맞다"며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이며,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NEWSIS
그러나 결혼 여부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입장이 갈렸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문가비는 아이를 위해 결혼을 원했으나, 정우성은 결혼을 원치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YTN
이러한 상황에서 정우성은 혼외자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사생활과 관련된 추가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우성이 다른 여성들과의 친밀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MT NEWS
정우성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혼외자와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에서야 정우성과 문가비 사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 아이의 탄생을 축복이 아닌 자극적인 논란의 도구로 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은 겉으로는 비혼 출산에 대한 논란으로 보이지만, 그 안을 담긴 심리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이중적 가치관과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론은 두 가지다.
정우성을 비난하고 문가비를 옹호한다는 사람은 사실 문가비를 억압한다.
문가비를 비난하고 정우성을 옹호한다는 사람은 정우성뿐 아니라 자신을 괴롭힌다.
정우성을 비난하면서 문가비를 옹호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겉보기엔 그럴싸하다. “결혼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은 아이와 여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문가비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고 그녀를 피해자나 희생자로 만든다.
이들의 주된 의견은 아이가 생겼으니 정우성이 결혼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그녀를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오히려 그녀를 억압한다. 이는 문가비가 아이를 낳기로 한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여전히 여성을 전통적 가족 구조 안에 가둬 두려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대개 여성의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고 '도덕'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도덕 개념은 사실상 조선시대나 유교적 개념에서의 도덕이고, 지금의 기준에서 유교 사상은 여성을 억압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되었다. 다시 말해, 여성을 차별했다고 비난받는 도덕관념을 이용하여 여성을 지지를 한다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정우성을 비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양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가 불행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자체가 아이의 미래를 제한하고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셈이다.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환경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편부모 가정이나 싱글맘, 싱글대디 밑에서 자란 아이가 불행하다는 것은 근거 없는 편견이다.
OECD 국가의 약 41.5%의 아이들이 혼외자로 태어난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 비율이 2.2%에 불과하다.
만약 양부모가 모두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가 더 행복하다면, 다른 OECD 국가의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더 불행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은 혼외자 비율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자살률은 1등이고 기타 정서적 문제도 넘쳐난다.
결국 한 아이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통계나 평균으로 규정짓기보다는, 그 아이의 개별적인 환경과 사랑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 부모가 모두 있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환경을 조성한 정우성을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그 아이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
이른바 '우성론'이나 '우성하다'는 표현으로 정우성을 찬양하고, 문가비를 한몫 챙기려다 실패한 여성으로 보는 여론은 정우성에게도 피해만을 끼친다. 이런 태도는 정우성이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나 그가 말하는 아버지로서의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를 단순히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우성이 어떤 아버지가 될 것이며, 자기 자식의 어머니인 문가비에게 어떤 마음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그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까지도 의문이다.
정우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그를 돈과 외모로만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우성만큼의 재력이나 외모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우성은 잘났으니까 괜찮다”는 논리는, 결국 “잘나지 못한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기준을 만든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남자들이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돈도 없고 외모도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낳거나 연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더 많은 장애물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아이가 생기면 결혼으로 책임을 진다는 전통적인 믿음이 차라리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저 남자가 별로인 점도 있으나, 일단 아이가 생겼으니 결혼해서 맞춰 잘 살아보자"라는 믿음이, 얼굴도 능력도 딸리는 남자와는 만남조차 갖기 싫다는 인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우성을 옹호하며 문가비를 비난하는 태도는 단순히 그 둘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에 더 큰 불균형과 부담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정우성의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우성을 통해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투영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힘든 세상을 강요하는 모순적인 행동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연예인과 그들의 사생활은 대중의 관심 대상이다. 연예인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직업의 숙명과도 같다. 무인도에 홀로 있는 광대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삶에 대한 관심이 적을수록 연예인의 사생활에 더 깊이 몰입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몰두하며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연예 뉴스는 잠시 스치는 가십거리일 뿐이다. 반면, 자기 삶에 충분히 몰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오히려 자신의 인생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연예인의 삶에 유난히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나의 관심이 향하는 곳은 내가 나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ChatGPT
레퍼런스
YNA (연합뉴스). (2023). OECD 국가 혼외자 비율 및 한국 통계.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보건복지부). (2023). 한국 청소년 자살률 통계 및 분석 보고서.
이 논문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의견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사람들은 더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한 인물, 예를 들어 연예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대리 만족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Festinger, L. (1954). A 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 Human Relations, 7(2), 117-140.
이 연구는 사람들이 미디어 속 인물과 일방적인 관계(파라소셜 관계)를 형성하는 현상을 탐구했다. 파라소셜 관계는 자신의 삶에서 부족한 인간관계를 보완하려는 심리적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Horton, D., & Wohl, R. R. (1956).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Psychiatry, 19(3), 215-229.
도피 심리(escapism)는 스트레스나 불안, 또는 삶의 결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타인의 삶에 몰입하거나 현실을 잊으려 하는 심리적 기제를 설명한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몰두는 이러한 도피 심리의 일환일 수 있다. Hirschman, E. C. (1983). Predictors of self-projection, fantasy fulfillment, and escapism.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20(1), 6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