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어수선한 지금, 우리는 '법대로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법률에 따라 일을 처리하겠다는 이 말은 공평, 합리, 원칙, 상식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법을 둘러싼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법대로 한다'는 말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법이란 인간의 심리와 해석이 결합된 살아있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법의 의미를 풀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지키기로 한 약속이라 볼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그래서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은,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글자로 적혀 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문장은 간단하다. 그러나 이 문장을 세세하게 뜯어보면 이 간단한 의미도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음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많이 먹는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법도 마찬가지다. 법률은 이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과 환경을 세세하게 고려해 무엇이 위법인지 구분하지만, 결국 그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마음의 역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신의 상황에 유리하게 법을 적용하려고 한다.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고, 같은 사건이라도 형량이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사 역시 서로 다른 주장을 듣고 판단을 내리지만, 그 판단에는 법률에 근거한 '주관적 해석'이 포함된다. 결국 법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문장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해석과 대립은 필연적이다.
그러니 우리가 자주 듣는 '법대로 하겠다'는 같은 말 속에도 여러가지 심리가 담겨져있다.
법을 잘 알고 법에 대해 친숙한 사람일수록 '법대로 하겠다'라는 말에는, 법이라는 명목 하에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심리가 있다.
법의 판결을 기다리는 유명인의 '법대로 하겠다'는 말은,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을테니 더 이상 나를 가혹하게 대하지 말아달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일상적인 시시비비를 가릴 때 '법대로 하겠다'는 말은, 일단 여기서 정리하고 싸움을 더 키우지 말자는 뜻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법치주의를 외칠 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가지로 변형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법대로 한다'는 말이 곧 절대적 공정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만약 법이 절대적으로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 법이 나에게 적용됐을 때 굉장히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된다. 마치 완벽하다고 믿었던 연인이 결혼 후에는 지저분하거나 게으른 모습을 보이며, 기대와 다르게 깨는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지금 겪는 당혹감은 법을 수호하며 집행하던 사람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언젠가는 결론이 난다. 하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 '법치주의' = '좋은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흔들리고, "법치주의, 그거 진짜 좋은 거 맞아?"라는 의구심이 퍼져가는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법치주의에 의문을 품은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사회를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대비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