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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범죄에는 능숙, 연애에는 미숙한 존재?

미성년자는 성인인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가?

by 황준선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미성년자와 성인과의 연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미성년자가 성인과 연애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미성년자의 판단력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성인을 비난한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으로 가면 정반대의 여론이 존재한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범죄를 저지르면 성인과 다를 바 없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법 개정을 통해 더 엄격한 처벌을 주장한다. 우리는 마음 속 모순과 살고 있다.


미성년자 범죄와 처벌 강화 요구

최근 몇 년간 10대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해 사건에서는 당시 17세 여고생이 8세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이 드러나면서 "미성년자라도 성인과 같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2022년 대전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 사건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동급생을 집단 폭행하여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가해자 중 일부가 피해자의 의식을 잃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면서, "미성년자라고 해서 봐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요즘 청소년들은 성인과 다를 바 없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촉법소년(14세 미만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자’는 법 개정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성년자의 연애와 성적 관계에 대한 인식

반면, 미성년자가 성인과 연애하거나 성적 관계를 맺는 사건이 발생하면, 같은 청소년이라도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대표적인 예로, 2023년 한 유명 연예인이 16세 미성년자와 연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대중들은 해당 연예인을 ‘그루밍 범죄’ 가해자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논리는 "미성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족하며, 성인의 회유와 조종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앞서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성인과 다를 바 없다"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던 사람들이, 성인과 미성년자의 연애에서는 "미성년자는 아직 미숙하다"며 보호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적인 시각의 본질

이러한 모순된 태도는 인간의 심리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반응이다.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기에 강한 분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성인과 연애한 미성년자는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된다. 이는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프레임 속에서 미성년자를 규정하는 심리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법을 대하는 자신의 혼란은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미성년자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성인이 미성년자와 연애하는 경우, 성인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며 미성년자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미성년자를 두고도 대중의 감정과 여론의 방향에 따라 ‘처벌 대상’과 ‘보호 대상’이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매번 달라지는 건 사건이나 제도가 아닌, 우리의 마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까? 우선, 미성년자의 법적 책임과 보호를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성년자가 성인과 마찬가지로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성적 관계에서도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미성년자가 성적 판단 능력이 미숙하다는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성숙한 판단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미성년자를 온전히 ‘성인과 동일한 존재’로 보거나, 아니면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보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보호와 처벌을 임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모순을 초래할 뿐이다.


법과 규제는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지만, 사람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은 법과 별개로 움직인다. 미성년자 범죄, 연예인의 스캔들, 음주운전, 정치인들의 논란 등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같은 잣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때로는 가혹하게 비난하고, 때로는 이해하려 하며, 때로는 침묵한다. 사건이 달라서가 아니다. 문제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건 우리의 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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