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휴 마지막 밤이 허무한 심리

회복과 휴식의 차이

by 황준선

연휴가 끝날 즈음이면 드는 생각이 있다.

분명 푹 쉬었는데, 왜 더 피곤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고, 보고 싶던 드라마를 몰아봤고, 늦잠도 잤다.
‘쉰다’고 여겼던 행동들이었지만, 몸은 무겁고 마음은 허전하다.
우리는 정말 잘 쉰 걸까?


우리가 말하는 휴식은 멈춤에 가깝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잠을 많이 자야 회복된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진짜 필요한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힘을 쓰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멈춤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찾기 위한 회복이 필요했던 것이다.

‘휴식’은 에너지 사용을 멈추게 한다.
반면 ‘회복’은 고갈된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린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운전을 멈추면 연료는 소모되지 않지만, 주유소에 들러야 다시 달릴 수 있다.
멈춤은 그 자체로 끝나지만, 회복은 목적지를 전제로 한다.
목적이 없다면 멈춰 있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자동차는 달리기 위해 존재하며, 멈춰 있기만 하면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인간도 같다.
우리는 멈추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목적이 없다면 굳이 다시 움직일 이유도 없다.
하지만 목적 없는 삶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연휴 동안 우리가 택한 활동들을 돌아보면, 회복보다는 쉼을 빙자한 낭비가 더 많았다.
쇼핑, 영상 시청, 폭식, 늦잠.
순간은 즐거웠지만, 끝나고 나면 기운이 빠졌다.
감정을 빌려 쓰고 난 뒤, 청구서를 받는 기분이었다.


‘쉰 것 같은데 더 피곤하다’는 말은 피로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고 있는지를 잊은 데서 오는 신호다.

이럴 땐 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와 다시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감정과 에너지의 근원, 그리고 ‘우리답게 살고 있다’는 감각과.
이번 연휴에 우리가 놓친 것은 그런 회복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연휴를 기다렸지만,
정작 바랐던 건 ‘왜 살아가는지’를 떠올리는 일이었다.


다음 연휴에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쉼은 목적이 아니다.
진짜 목적은 우리가 ‘우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해낼 수 있을 때, 연휴는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삶을 다시 걸어가기 위한 시작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성년자: 범죄에는 능숙, 연애에는 미숙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