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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l 08. 2023

가장 흔한 조직 심리의 오류

돌고 도는 쳇바퀴는 이제 그만! 진정한 조직 심리란?

포브스 코리아에서 

[국내 임직원 1만 6000여 명 업무 성향 분석: 평균에 묻히려는 한국의 조직문화]

라는 글을 올렸다. 


"평균에 묻히려는 한국의 조직문화?"라는 말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글 속 기업은 

누구나 정답이라고 믿고 있는 조직심리의 오류를 범한다. 


바람직한 조직 운영은 정량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조직 정체성의 이해이다.




업무 성향 진단 툴 '심오피스'에서 

국내 조직 약 165 곳에서 1만 6000여 명의 업무 성향을 분석했다. 


이 기업은 3가지 업무 유형을 구했다. 

그리고 각 유형마다 3가지 세부 유형을 도출하여, 

총 9가지 업무 성향을 나누었다. 






이 연구에는 철저한 과학적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대로 결과도 적절히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글 본문에도 빅파이브와 교육공학 등 

여러 근거와 자문을 토대로 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훌륭한 결과물에서 잘못된 인사이트로 결론을 맺는다. 

아래는 본문의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 이상적 조직문화를 묻자 “심오피스의 업무 성향 유형 9가지(규칙, 주도, 성과, 친절, 안전, 평화, 창조, 연구, 긍정)가 골고루 분포하는 조직문화”라고 답했다.




조직심리의 본질은 조직의 구성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올바른 조직심리의 이해란, 

구성원 개인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생각들이 

업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성향과 업무가 결합할 때 

회사가 가진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축구로 예시를 들어보자. 


유럽축구와 남미축구는 다르다. 


둘 다 축구를 가장 잘하고 

각각의 축구선수가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한다. 

두 팀이 축구를 잘하는 이유는 

팀에서 이런저런 유형의 선수들이 골고루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각 팀의 고유한 스타일이 뚜렷하다.

즉, 정체성이 드러나는 경기를 하고 

개개인이 팀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한 마음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삼바축구'하면 떠오르는 팀이 있고, 

'조직력'하면 떠오르는 팀이 있는 것이다. 


개인기를 중시하는 삼바축구에 조직력을 요구하고, 

조직력 축구에 개인플레이를 더 늘려보자고 얘기하면 어떨까?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각 스타일의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다. 




좀 더 쉬운 연예인을 예로 들어보자. 


블랙핑크와 뉴진스는 다르다. 


물론 아이돌 그룹 구성은 캐릭터가 겹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그룹의 폭발적인 인기는 멤버들의 캐릭터 균형이 잘 맞아서가 아니다. 


멤버 간의 균형이 좋은 그룹은 많다. 

오히려 그 균형만 보고 멤버를 선발한 팀은 

반짝 뜨고 망하기 쉽다. 


이때까지 잠깐 뜨고 바로 사라진 연예인이나 가수들을 떠올리면 쉽다. 

아니 떠올리기 조차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분명 연기도 하고, 발성도 연습하고, 언행도 조심하고, 악기도 다루고... 

균형 잡힌 매력이 있지만, 

균형이 전부인 연예인은 대중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블랙핑크는 '시크하고 도도하며 당당한 여성상'이라는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반면에, 뉴진스는 '10대 소녀의 레트로적인 풋풋함'과 이라는 정체성이 뚜렷하다. 


멤버 개개인이 각 그룹의 고유한 정체성을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무대에서 발산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그룹들이 장기적으로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는, 

이 그룹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혹은 정체성이 어떻게 잘 '진화'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장수하는 연예인은 

자신의 연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거나 발전시킨다. 




마지막으로 기업을 예시로 들어보자. 


삼성과 현대는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중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을 탐구하면 

삼성은 '귀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현대는 '타고난 장사꾼'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삼성에서 수직 관계나 의리를 외치면 

과거의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반면에, 현대 조직에서는 엘리트 개인으로 살기 고달프다. 

(물론 그 안에 작은 조직이나 그룹사 안에서 각기 다른 회사마다 분위기는 또 다를 것이다. 이것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거시적인 단위에서의 이미지를 말한다.)


삼성은 삼성이 가진 조직 문화 속에서 발전하고, 

현대는 현대식의 문화로 발전한다. 


흔히 말하는 '육각형' 인재로 

모든 조직원 구성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좋아지지 않는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구글, 애플, 아마존의 조직 문화도 전부 다 다르지만, 

인재들의 '균형'을 맞추자는 얘기는 

그 어떤 기업도 하지 않는다. 



해당 글 속 기업이 이상해서 희한한 결론이 나온 것이 아니다. 

본문에서도 각 직무별이나 조직원들 간의 차이로 인해 

획일화된 교육의 한계를 느껴서 

이 유형들을 구분했다고 한다. 


문제점을 정확히 잘 짚은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솔루션이라고 내린 결론이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악숙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그림과 같다. 


왜 이런 실수를 범할까?


고전심리학의 틀 안에서 인간과 조직을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자료들만을 참고했으니, 그 프레임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미래의 조직심리학은, 개인이 가진 주관적인 특성을 연구한다. 

같은 업무더라도 개인의 성격 특성에 따라 업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러한 주관을 가진 개인들이 모였을 때 

조직이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현대의 조직심리학이다.


과거의 심리학은 어떨까?

과거의 조직심리학은 

관리자의 입장에서 조직원들이 부여받은 역할을 잘 해내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을 

어떤 직무에 배치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급여로 

최상의 능률을 뽑아낼 수 있는지.


조직원을 고유한 특성을 가진 개인으로 볼 것인지, 

조직이라는 기계의 톱니바퀴로 볼 것인지. 

두 관점은 정반대의 문제 접근과 해결 방안을 가져온다.


이 두 가지 개념이 정리되지 못하고 혼동되어 

뱀이 자기 꼬리를 잡아먹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당신이 조직을 운영하거나, 

혹은 조직 안에 개인이라면 이 조직심리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그 차이는 미래와 과거의 심리학의 접근 방향처럼 

당신을 180도 다른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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