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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Jul 17. 2023

평균이라는 함정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

인간의 평균을 바탕으로 삼아 설계된 시스템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때,

우리는 평균에 의존한다. 


"내가 평균보다 얼마를 많이 벌지?" 

"반 평균 성적은 어떻지?" 

"평균적으로 몇 살에 결혼하지?"


그러나, 

모든 일들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개인은 평균에서 벗어난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평균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람은 없다.


평균에 속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 자신의 욕망을 뚜렷하게 알지 못할 때 나오는

심리적인 반응이다.


그러니, 

모든 문제를 평균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기 전에

내가 가진 이슈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평균을 잣대로 쓰기 시작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안 되는 이유' 또는 '단점'들만 눈에 보이는 현상도 겪게 된다.


내 눈앞에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다섯 가지 평균의 기준을 맞추어보면 

반드시 한 가지 요소 이상은

평균에서 벗어나기 마련이다.


마치 "다 좋은데 이거 하나가 걸려"라며 결혼 진행을 갈등하는

결혼적령기의 사람과 비슷하다.


그 사람은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배우자를 보는 자기의 관점을 

명확하게 세우지 못한 사람일 뿐이다.


이 책은 이렇게

평균으로만 접근했을 때 생기는 문제나

재밌는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사례 1.

공군 조종석 설계: 평균적인 조종사는 없었다


1940년대 말, 미국 공군에게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공군 조종사들이 전투기 조종에 애를 먹고 쩔쩔맸기 때문이다. 최악의 순간엔 하루에 17명의 조종사가 추락을 겪었다. 하지만, 전투기 자체에는 오작동이 거의 없었고 엔지니어들이 몇 차례나 기체의 기계장치와 전자장치를 검사했지만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차례의 조사에서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한 군 관계자들은 조종석의 설계로 관심의 초점을 옮겼다. 그 당시 미 공군의 조종석 설계 방식은 이랬다. 4,000명 이상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엄지손가락 길이, 가랑이 높이, 조종사의 눈과 귀 사이의 간격 등 140가지 항목의 치수를 측정한 뒤 항목별 평균 치수를 산출했다. 이러한 평균 수치를 적용하여 조종석을 만들었고 이는 조종석의 설계를 가장 합리적으로 한 것이라는 대다수의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에서 체질인류학을 전공한 대니얼스는 평균에 관한 100년에 가까운 군 설계 철학에 반하는 남다른 소신을 품고 있었다. “과연 평균치인 조종사들이 몇 명이나 될까?” 




대니얼스는 직접 그 의문을 풀어보기로 했다. 먼저 조종사 4,063명의 치수를 재면서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키, 가슴둘레, 팔 길이 등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10개 항목의 신체 치수에 대해 평균값을 냈다. 이 평균값을 바탕으로 ‘평균적 조종사’를 각 평균값과의 편차가 30퍼센트 이내인 사람을 넓게 잡았다. 


대니얼스가 결괏값을 산출해 내기 전에 공군 내 동료 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조종사들 대다수가 대부분의 차수에서 평균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하긴 측정 대상으로 선발된 조종사들은 이미 외관상 평균 체격에 해당하는 이들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예를 들면 키가 2미터 넘는 사람은 애초에 대상으로 뽑히지도 못했다). 하지만 실제 값을 일람표로 작성해 보니 대너얼스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0명이었던 것이다.




조종사 4,063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조종사든 팔 길이가 평균치보다 길지만 다리 길이는 평균치보다 짧은가 하면 또 어떤 조종사는 가슴둘레가 평균치보다 넓은 편이지만 엉덩이 둘레는 좁은 편으로 나타나는 식이었다.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 봐야 어느 누구에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셈이었다. 










사례 2.

전형적 여성상 노르마: 평균적인 몸매의 여성은 없었다


노르마(Norma)는 클리블랜드 건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조각상이다. 1만 5,000명의 젊은 성인 여성들로부터 수집한 신체 치수 자료를 바탕으로 빚어낸 조각상이었다. 클리블랜드 건강박물관은 ‘노르마’ 조각상을 전시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미니어처 조각상까지 판매하며 ‘노르마’를 이상적 여성상으로 선전하면서 열풍에 불을 댕겼다. 체질인류학자는 노르마의 체구를 인체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칭했고, 예술가들은 노르마의 아름다움을 뛰어난 귀감이라고 찬양했고, 체육 교사들은 노르마를 젊은 여성의 이상적 외형의 표상으로 삼으며 그 이상형에 벗어난 학생에게 운동을 권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목사는 노르마가 정상적 신앙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설교하기까지 했다. 당대의 과학자들은 수천 건의 자료로 산출해 낸 평균값이 여성의 전형적 체격, 즉 여성의 정상 체격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침이 된다고 믿었다. 




지역신문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는 1면에 클리블랜드 건강박물관과 공동 주최하고 클리블랜드 의학회, 클리블랜드 의과대학, 클리블랜드 교육위원회가 협찬하는 대회의 개최에 관해 발표했다. 전형적 여성상인 노르마에 가장 가까운 여성들에게 100달러, 50달러, 25달러 상당의 전쟁 채권이 수여된다는 내용이었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심사 위원들은 대다수 참가자들이 신체 치수가 평균치에 접근해서 승부가 밀리미터 단위로 아슬아슬하게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상 대회가 열리자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9개의 항목의 치수 중 5개 항목에 한정한 경우에서도 평균치에 든 여성은 3,864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40명도 되지 않았다. 9개의 전체 항목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대니얼스의 조사에서 평균 체격의 조종사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듯,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에서도 평균 체격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음이 증명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노르마의 유효성을 믿고 있다. 

평균을 찾아 연구를 수행하면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평균이라는 것을 찾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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