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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Aug 07. 2023

범죄심리학으로 분석한 서현역 칼부림 사건

욕하고 넘어가는 것은 피해자를 욕보이는 행위예요

'약을 충분히 먹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약을 먹기 시작해서'라고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하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을 접하자마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슬프고 안타깝게도


그 생각은 적중했다.




그 사건에 피해자를


단순히 "운이 나빠서" 상해를 입거나 죽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최원종이 살아온 환경  


최원종의 집안 고학력의 중산층 집안이었다고 한다.




건물이나 아파트 몇 채쯤은 증여해 줄 수 있는 집은 아니지만,


과외나 학원 정도의 지원은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집안.




부모의 준비 안 된 노후와 생계에 대한 부담보다는,


스카이 정도의 학력으로 엘리트 타이틀을 갖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나름의 탄탄대로를 희망하는 그런 집.




학군이 좋은 걸로 유명한 경기도에 거주하는 그런 스타일.




그리고 실제로 최원종도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형은 특목고에 입학하여 명문대까지


무난하게 입성하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최원종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달리 섬세한 성격을 가진 유형


인간의 성격 유형 중에


유달리 섬세하고 불안과 걱정이 많은 부류가 있다.


최원종은 그런 부류의 학생이었던 것 같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학생 때 보이는 특징은 이렇다.




1. 첫 페이지만 계속 보다가 "다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2. 완벽하게 풀이 과정이 있지 않으면 또는 예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오답이든 정답이든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혼자 푸는 용,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의 책을 따로 사는 경우도 있음.)


3. 큰 그림보다는 디테일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4.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나면 멘탈이 흔들려서 시험 전체를 망친다.


5. 자신이 설계한 계획이 틀어지면 자책을 한다. 


이런 특징들이 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바둑판의 가로 세로 선만큼으로 나누어 세상을 본다고 하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는


수십수백 개의 가로 세로줄이 촘촘하게 짜여있다.




그러니 빨리빨리 쉽게 쉽게


넘어가지는 못하지만,


작게 쪼개진 그 틈을 꼼꼼하게 하나씩 채워가며


천천히 나아가는 타입이다.









형의 성공 방식은 최원종에게 맞지 않았다.


최원종도 그런 특징 때문에


수학에 재능을 발휘했던 것 같다.


(수학은 천천히 하나씩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 요구되니까)




그러나,


형의 쿨했던 명문대 패스까지


본인이 미치지 못한다는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맏이에게 성공했던 방법을


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이 검증된 방법의 전략적인 사용이라고 생각하는 게


대한민국 표준 부모의 마음이다.




둘은 한 배에서 나온 형제니까,


공부 방법도 아이와 소통 방법도


비슷하게 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런 '전략적인' 방법이


너무나도 치명적으로 빗나가버렸다.




형의 성적을 뒷받침했던 맞았던 공부 방법은


최원종에게 맞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같은 학원 또는 교육을 받아도


최원종은 형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최원종은 불안하다.







최원종의 '불'안에 정신과 약이라는 기름을 붓기


이런 성격 유형의 사람이 불안할 때는


여성의 경우는 갑상선 항진증이나 생리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남자의 경우는 폭력성이나 또는 정반대로 대인기피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성별에 따라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며,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형의 명문대로 진학시킬 만큼 똑똑한 부모는


최원종이 보이는 '이상한' 현상이 내포하는


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다.


대신에 정신과에 데려가 진단을 받게 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 위해서


정신과를 데려가는 행위를 한 것이다.




정신과에서는 최원종이 마음의 아픔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을 '병'으로 본다.




그러면 당연히 약을 처방받는다.




그 약은 성적을 더욱 떨어뜨린다.


(뇌의 호르몬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약물을 복용하고


더 나은 성적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정신과 약 복용에서 낳는 악순환


이제 내가 심리학과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했던 '그 굴레'가 시작된 것이다.




그 굴레는 이렇다.




1. 평균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비정상이다.


2. 그 비정상은 고쳐야 한다.


3. 몸이 아니라 정신이 비정상이면, 정신과 약을 먹는다.


4. 정신과 약은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썩은 치아에 진통제만 복용하는 것처럼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낳는다.


5. 그 큰 문제는 더 큰 비정상이라고 간주된다.


6. 약을 더 먹는다.


7. 더 비정상이 된다.


8. 약을 더더 먹는다.


9. 반복되다가 폭발.




이런 사이클이 몇 번 돌다 보면


인간이 사고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다.




10년 넘게 복용을 하면,


내가 지금 입에서 침이 나오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까지도 간다.




그리고 최원종처럼 피해의식이


매우 과도하게 증폭되어 망상 수준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살면서


"저 사람이 방금 나 비웃은 건가?"


"저 점원이 지금 옷차림이 이상해서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은 해보기 마련이다.




그 생각들이 과도하게 증폭되면


"이 세상이 나를 무시하기 위해 세팅되어 있다"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등의 사고로도 넘어간다.




그래서 최원종은 자기가 이런 난리를 일으켜서


자기를 스토킹 하는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볼 때는


얼른 치워버리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 사람이 특히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가장 직접적으로 제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사람들과의 '관계'나 '조화'를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그 대중적은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을


위험인물이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물로 간주하고


얼른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최원종도 같다.


그 사람은 미친놈이어야 한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남에게 칼을 휘둘렀으니,


사형시켜 버리든지


정신과 병동에 강제 입원시켜서


영원히 나오지 않길 바라는 것이


적나라한 대중의 심리다.




그런데 이렇게 치부하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 같고


대중의 분노를 배설하는 듯한 쾌감은 있겠지만,


이 사건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너무 불쌍해진다.




단순하게 '운이 나빠서'


피해를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피해를 입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상관없다.




그러나,


이런 피해가 또다시 발생하기 않기 위해서는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만약에


인간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더 가치 있게 공유되고 있다면


분명히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최원종을 비정상 판정을 내려서


정신과 약을 먹이고


약의 굴레에 빠지지 않았다면


최원종을 칼 대신 연필이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정신과 약이 무조건 나쁜가요?


그건 아니다.


정신과 약은


과도한 폭력성이나 극단적인 우울감을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데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 사람을 의사소통이 되는 정도까지는


만들어놓아야


진정한 마음 치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의 호전 자체가


근본적인 치료라고 생각하고


그 약을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먹는 행위는 정말 삼가야 한다.




비타민C나 산삼도 몇 달 동안 많이 먹으면


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정신과 약은...?


"네가 의사도 아닌데 무슨 권한으로 얘기하냐"


"약이 안전하다고 했다"


등등 수많은 반응들을 들으며 살고 있지만,


근데 그게 사실이다.


내가 직접 겪고 현장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관찰한


경험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어떤 기관도


조현병이나 기타 정신병으로 분류되는 질환의


정확한 원인과 해결책을 아는 사람은 없다.




"이 약물을 썼더니, 그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을 발견했고,


임상을 해보니 안전해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그때는 다시 의사와 상담해 보라.


이런 식이다.




결론


결론을 내기가 너무 까다로운 주제이다.


심리, 교육, 약 등등 하나만 설명하기에도 복잡하다.


글 내용이나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겠다. 같이 이 글의 마무리를 함께 해주실 분이 있길 바라본다.


모든 댓글에 빠짐없이 답글을 달 것을 약속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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