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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을 붙잡고 싶은 20대 여성의 사연

받는 것에 익숙한 관계의 슬픈 결말

by 황준선

그 여자의 사연

8개월 동안 사귀던 연인과의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느 날부터 그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바쁘거나 피곤한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어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가족 관련 문제들이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특히 승진과 관련된 압박감과 부모님의 기대, 그리고 경제적인 부담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들이 우리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자신이 지금 제대로 된 연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겪어왔지만, 그때마다 서로 이야기하고 해결해왔거든요. 그가 항상 "우리는 뭐든 함께 해결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고, 실제로 그런 믿음으로 8개월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어요. 그는 "예전에는 자신 있었는데, 지금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기다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 공통 지인을 통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지들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거예요. 그 순간 정말 화가 났고 배신감이 들었어요.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긴 메시지를 보내며 상처받은 마음을 모두 쏟아냈고, "그런 마음이었다면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연락을 끊어버렸어요.


그 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지인을 통해 그가 "정말 후회하고 있고, 슬프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제야 상황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정말 끝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어요. 8개월 동안 진지하게 미래를 그려왔던 관계였는데, 이렇게 애매하게 끝나는 게 너무 아쉽고 억울했습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서 결국 먼저 연락했어요. 전화는 받지 않아서 메시지로 제 진심을 전했고, 며칠 후에 그에게서 답장이 왔어요. "많이 보고 싶었다. 주말에 만날 수 있을까"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어요. 대화 중에 "연락하기 부담스러우면 말해도 돼"라고 했더니, "부담스러울 리 없지, 고마운 일이야"라고 답했는데, 그러자 갑자기 "너무 의미 부여하지는 마"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업무상 만날 일이 종종 있어요. 연락을 주고받은 후라 조금이나마 관계가 회복될 줄 알았는데, 직장에서 마주칠 때는 여전히 어색했어요. 다른 동료들과는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도 저와는 최소한의 업무적인 대화만 나누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잠깐 눈이 마주치며 살짝 미소를 지어줬어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퇴근 후 "오늘 미소 지어줘서 고마웠어"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어요.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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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심리학과 범죄심리학 전공으로 대학교와 대학원을 마쳤습니다. 직장인의 행복과 번아웃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 엔지니어,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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