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자극의 중요성
우리는 기술력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기술력으로 달라질 나의 모습을 구매하는 것이다.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말은
단순히 자유를 제공한다든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내버려 둔다는 뜻이 아니다.
상상력이란
새로운 것, 달라질 것, 혁신할 수 있는 결과를 찾고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에 맞게
그 결과를 이룰 과정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시해 주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이 매력적인 이유는
애플 제품을 통해
사용자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제품을 쓰면
내가 더 멋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애플은 그 환상을 심어주고 또 실제로 실현시키기 위해
기술, 디자인, 광고, 철학 등을 포함한
모든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다.
출처: 애플
애플 에어팟 광고를 예시로 들어보자.
에어팟 광고는 애플 무선 이어폰의 장점을
대사 없이 음악, 영상, 그리고 제품으로만 전달한다.
"10시간의 배터리 사용!"
"전작 대비 2배 좋아진 음질!"
같은 문구 없이도
이 제품을 사용하고 난 후에 달라질
나의 삶
나의 일상
나의 이미지 등을
기대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두 글자로 줄여서 '감성'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애플은 자사 제품의
하드웨어적 장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왔다.
카메라를 예시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사용자는
카메라에 어떤 기술이 적용되어 있고,
어떤 이미지 처리 기술이 적용되어서,
화소와 해상도가 어떻게 되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다만 그 기술들을 통해서
"좋은 사진으로 꾸며진 내 인스타를 자랑하고 싶다"
"일상을 더 아름답게 기록 싶다"
"유튜브 시작해서 더 생산적으로 살고 싶다"
와 같은 욕구를 이루어주는(또는 줄 것 같은) 환상에 매력을 느낀다.
애플의 주가가 반영하듯 이 전략의 결과는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어느새인가 애플도 얼마나 화면이 좋아졌는지
이번 A17 칩은 얼마나 더 빨라졌는지 등을
크게 내세우기 시작했다.
물론 기술력의 향상도 굉장히 뛰어나기에
그걸 관찰하는 재미도 있지만,
과거의 애플 제품을 기다리는 맛은 확실히 줄었다.
어쩌면 애플은 이러한 환상 대신
'환경 보호'를 선택했는 지도 모른다.
애플 제품을 쓰면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쿨한 시민이 된다는 걸 보여주려는 걸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번 애플 신제품 발표에서
새로운 애플 워치와 아이폰이
얼마나 탄소 중립적인지 설명하는 시간이
꽤 길었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애플은 스틸에서 티타늄으로 바꿔서 가벼웠다는 사실 말고
아이폰을 통해 달라질 내 삶의 모습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이폰 13 즈음부터
애플의 상상력 자극 부족에 대한 나의 생각은 확고해졌다.
'흥행'의 정의를 '매출'이라고 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흥행'을 사용자의 '열광'이라고 한다면,
이번 제품은 실패할 것이다.
약 6개월 후에 다시 한 번 아이폰 15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