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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Sep 13. 2023

사형 제도 부활에 숨겨진 심리 3편

구세주를 찾습니다


우리가 사형 집행을 통해 바라는 정의는 범죄 예방이 아니다. 

경멸의 감정을 표출할 채널이 필요한 것이며,
나 대신 분노의 총, 칼을 대신 휘둘러 줄 구세주를 원하는 것이다.

다만 범죄 억제를 위한다는 정의로운 포장지로 
나의 격노의 감정을 우아하게 감싸고 싶을 뿐이다. 






사형 제도 부활에 숨겨진 심리 1편에서 


실제 범죄율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공포의 정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2편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이상 범죄로만 치부하고


정신과 치료에만 집중하여 발생하는 


오류를 분석했다.



더 많은 이상 범죄를


더더 많은 약물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형 집행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게 되었다. 






사형 집행이 가진 효과


사형은 말 그대로 


수형자의 목숨을 끊어서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처형이다.



국민의 50%는 


사형 집행을 부활시키면 


강력 범죄를 억제 및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예방 효과가 있고,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예방 효과가 없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더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해서


범죄가 예방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정확히 얘기하면


[처벌의 수위]와 [범죄율의 증가]의 '반비례 관계'가


어느 순간 디커플링이 되는 시점이 있다. 



불량 청소년을 사랑의 매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강력한 빠따로 더더 세게 줘팬다고 해서 


그 아이가 점점 더 착한 아이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처벌의 강도를 계속 올리면


그 청소년이 아예 가출을 해버리거나 


극단적으로 막 나가게 유도하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런 수치, 통계, 논문 등의 근거도


'사형 집행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왜일까? 



사형 집행 부활 찬성자가


진짜 원하는 건


범죄 예방 효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형 집행 부활을 바라는 진짜 심리


1편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미친놈'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밝혔다.



사형 옹호론자 내면의 심리는


사형을 통해 그 미친놈을


빨리 죽여 없애고 싶은 것이다. 



이 마음을 가장 세련되게 포장하는 수단이


'범죄 예방' 또는 '무기징역에 드는 세금 절약' 등이 있을 뿐이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놓지 않았던 판사와 검사에


금색 뱃지를 달고 있는 입법기관에 


내 욕구를 대신 실현해줄 권한을 위임하면서 까지 말이다. 



만약 사형 집행의 '버튼'을 누를 사람을 


국민 중에 무작위로 추첨하겠다고 말하면


사형 집행 여론은 바뀔 것이다.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공명정대해 보이고


완전무결에 가까워 보이는 존재를 추대해서


사형 결정과 과정을 대신해 주길 바란다.



그 사람이 스카이를 나왔으면 더 좋고


아이비리그를 나왔으면 더더욱 좋다.


인물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이다.



"술 먹었다고 감형을 해준다고? 미친거 아냐!?" 라고 했던 그 판검사이며


"저런 놈을 도대체 누가 뽑아준거야?"라고 지적하는 그 국회의원이다.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어느새 그들에게 


내가 가진 권한을 더 많이 위임하겠다는 준비를 마치고 있다.












결론


이 글은 사형 제도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사형 집행을 반대하는 글이 정말로 아니다.



사형 집행으로 충족하고 싶은 욕망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지하자는 것이다.



사형 집행이 범죄 예방을 못할 수 있고


오히려 더 큰 범죄를 발생시키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놈을 죽여 없애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대다수의 여론이라면


사형 집행이 부활되어도 된다.



법은 분명 국민 정서를 반영해야 하며


법감정 해소의 측면도 있고


또 그 사회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는 기능도 있다.



다만,


자신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도 못하고


착각하는 상황에서 


무지성으로 분노를 쏟아내지는 말자는 뜻이다.



그건 안타까운 범죄에 희생된 피해자를 


'운이 나빠서 당했다'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오히려 2차 가해에 가까운 식의 사고 방식이고


그리고 또 다른 범죄를 


나와 내 가족을 노출시키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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