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질환이라는 착각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한국 사람의 생식 기관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다.
그런데 묻지마 범죄 증가의 원인을
정신이상자의 증가로 치부하고 있다.
명백한 오류다.
사형 제도 부활에 숨겨진 심리 1편에서
실제 범죄율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공포의 정체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간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의 힘을 빌려
묻지마 범죄라는 정체를 이해하고
또 예방하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는
뇌 호르몬 수치나 신경전달물질 등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위한 약물 처방도
상당히 늘었다.
'정신신경용제'로 분류되는 약 처방은
2010년 약 16만 건에서
2022년 약 27만 건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출처:보건의료빅데이터시스템)
이것은 처방'율'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과를 방문하는 대다수의 인구가 젊은 층임을 계산해 보면
매우 큰 수치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인구는 계속 감소 중)
그리고 병원의 수익 구조상
정신과 약물 처방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의존하는 병원도 많아지고 있다.
(출처: 메디컬타임즈)
이런 이유들이 겹쳐서
정신과 약물 처방은
다른 그 어떤 계열의 처방보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10년 만에 특정 약물 처방이
늘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크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정신병이 갑자기 증가한다
정신병에 대해 잘못된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다
첫 번째 경우는,
정신이상자가 갑자기 늘어나서
그래서 관련 약물 처방도 부단히 늘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른 해결책은 더 많은 약물을 더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정신이상자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
상식적인 결론을 위해
쉬운 예를 들어보자.
우리 사회에서 이례적이고
매우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대표적인 분야는 출산율이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이유가
생식기의 문제라거나
성호르몬의 문제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성조숙증, 환경호르몬 정도의 원인도
타당한 지적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자 생성을 유도하는 약물이나
난자의 건강을 지키는 약물을
더 많이 복용하자는 말은 명백한 오류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정신과 분야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매우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제시한 통계에서 보았듯,
더 많은 약물 처방이
범죄를 억제/예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처방이 늘어날수록
범죄는 더 발생할 것이다.
[정신이상자 증가]가 원인이고 [약물 처방 증가]가 결과든
[약물 처방 증가]가 원인이고 [정신이상자 증가]가 결과든
어쨌든 둘은 양(+)의 관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서 형성되는 여론이 바로
사형 집행의 부활이다.
약물로 우아하게 격리/제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여서 영원히 없애자는 요구이다.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는 나라도 맞고
사형 집행이 금지된 나라도 맞다.
그러나,
사형 집행 부활을 요구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 의미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합법적으로 생명을 빼앗아도 되는
아주 막강한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동의를 뜻한다.
우린 누구에게, 왜, 사형 집행 권한을 위임하고 싶은 걸까?
그 속에 담긴 심리는 무엇일까?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