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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Sep 19. 2023

'나의 해방일지'는 왜 '추앙'을 외쳤을까?

해방과 독립에 담긴 심리


독립은 닫힌 문을 안에서 밖으로 열고 나가는 것이다. 
반면에, 해방은 누군가 밖에서 닫힌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해방을 기대하는 사람은 '추앙'을 바란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방'과 '독립'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두 단어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해방: 벗어나 자유롭게 하는 것

독립: 남의 도움이나 속박을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일을 해 나가는 상태가 되는 것



두 단어가 가진 결과적인 의미는 비슷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해방에는 수동적인 의미가,


독립에는 능동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한 번도 나서본 적 없는 


어두컴컴한 숲 속 오두막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해보자. 


하루에 한 두 끼 정도는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언젠가는 이 집에서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저 숲에 늑대가 살고 있을지


귀신이 있을지


살인자가 돌아다니고 있을지 알 수는 없다.



두렵고 불안하고 무섭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일까?



독립적인 사람은 안에서 밖으로 문을 열고 나선다.


반면에


해방을 기대하는 사람은 


숲에 대해 정체를 다 알고 있으면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구원자가


밖에서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대가 없이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두 글자로 바꿔서,


나를 '추앙'해 줄 사람을 찾는다.



많은 사람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날 추앙해"라는 대사에 꽂힌 이유는


우리 내면의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나를 추앙해 주면서 


해방해 줄 사람을 기다리도록 훈련받았다.



역사적으로 무언가를 개척한다는 개념은 생소하고


끊임없이 외세의 영향을 받았기에 


중심을 지키고 우뚝 서기보다는 


그 가운데서 '균형'이나 '조화'를 찾는 것이 더 익숙하다.



쉽게 말해, 우리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죠?"라는 말이


"그래서 어떻게 해볼까"라는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이러한 심리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학부모 갑질과 교권 추락 문제의 해결책을 예시로 들어보자.



서이초 사건을 포함하여


학생, 학교, 학부모, 교사가 포함된 이슈는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중요한 이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방적인 사고를 하는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라든지


[교권확립을 위한 법률 제정]라든지


권한과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부터의


도움을 요청한다. 



권력자로부터의 추앙을 바라는 것이다.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교사는


"나는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고, 내 학생들은 무슨 문제가 있지?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라는 식의 생각을 먼저 한다. 



어떤 교사가 더 모범적이라거나


정답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사고방식에서 


나타나는 차이일 뿐이다.






이처럼 우리가 겪는 사회의 이슈나 각종 현상들에 대한 해결책을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지


해방적인 사고를 하는지 


살펴보면 


이해가 쏙쏙 잘 될 것이다. 



전 국민의 80%가 대학교를 가는 나라에서


무언가 문제를 인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독립과 해방 중에 


나는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하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이 글이 


'독립적으로 생각하세요'라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신에,


우리가 반사적으로 


'법 제정', '제도 개선'을 떠올리며


우리를 통제할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해결책 제시를 기대하는 마음이


[해방을 기대하는 심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심리를 이해하고 요구하는 것과


이게 뭔지도 모르는 체 요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해방을 바라고 추앙을 기대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심리를 모른 체 떠드는 것은


"내 모든 것을 드리고 엎드릴 테니 살려만 달라"는


 또 다른 족쇄를 스스로에게 채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방이든 독립이든 


각자가 알아서 잘 판단하면 된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노예로 전락시키는 행위만큼은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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