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을 끊고, 소주를 위스키로 바꾸기
빚 갚는 삶이 단순한 ‘노역’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야동처럼 쉽게 얻는 쾌락부터 끊을 것.
'술에 끌려가는 나'에서 '취향을 선택하는 나'로 주도권을 되찾을 것.
스스로를 귀하게 대접하는 태도가 재기의 시작.
30대 중반 남자입니다.
경기도에서 혼자 살고 있고, 새벽에 나가서 오후에 들어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작은 가게를 해보겠다고 도전했다가 잘 안 됐습니다.
제 판단력과 능력이 부족했던 거죠.
그때 생긴 빚을 지금 국가 제도 도움받아서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힘든 건 외로움입니다.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할 기운이 없어요.
퇴근하고 나면 그냥 술 마시고 자는 게 전부입니다.
소주로 매일 2병 정도 마시는 것 같아요.
불안하고 우울한 게 심해서 공황장애 약도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사람을 아예 안 만나는 건 아닙니다.
예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가끔 보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깊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잘 안 들어요.
가볍게 어울리는 것도 잘 못하겠고요.
운동이 도움 된다는 건 아는데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20대 초반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네요.
체력이 문제인 것 같은데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글 남겨봅니다.
많은 분들이 "술부터 끊으세요"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게 가능했다면 이 고민을 꺼내지도 않으셨겠죠.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른 방향을 제안드립니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삶이 단순 노역이 되어가는 겁니다.
빚이라는 숫자를 줄이기 위해 하루를 버티고,
집에 오면 지쳐서 술 마시고,
다음 날 또 출근하고.
이 사이클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무뎌집니다.
살아있는 게 아니라 연명하는 것에 가깝죠.
반면에 회복은 다릅니다.
같은 하루를 보내더라도 "이 시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를 의식하는 거예요.
빚을 갚는 과정이 끝나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그런 최소한의 그림은 그려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디 쉽나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쉽게 얻는 것부터 포기해 보세요.
하나 여쭤볼게요. 혹시 야동 같은 거 자주 보시나요?
불쾌하시면 죄송하지만, 쉽게 들을 이야기도 아니에요.
사람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30대 남성에게 성욕은 강력한 에너지예요.
세상이 복잡해졌다한들, 이런 자연의 이치는 변한 게 없거든요.
그러나 클릭 몇 번에 얻는 자극에 익숙해지면,
현실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점점 희미해져요.
"새로운 인연을 깊게 만나고 싶진 않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원래 그런 사람인 건지,
아니면 그냥 쉬운 해소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연애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에너지를 너무 저렴하게 소비하지는 마세요.
언젠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질 때, 그 마음이 살아있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끊으라거나 점차 줄여보라는 말... 누구나 할 수 있겠죠.
문제는 그 실천이 어렵다는 것에 있죠.
그러니 끊는다는 생각대신 마시는 종류를 바꿔보세요.
매일 소주 2병이라고 하셨죠.
그건 사실 소주를 '때려 넣는' 행위거든요.
그러다 보면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경계가 사라집니다.
차라리 위스키를 드셔보세요.
"빚 갚기도 바쁜데 무슨 위스키냐" 싶으시죠.
바로 그 비싼 가격이 핵심입니다.
한 잔을 따르면서 "오늘 이 한 잔은 내가 선택해서 마시는 거다"라는 감각.
소주와 위스키를 마시는 건 같은 음주라도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대용량 위스키를 사두면 막상 그렇게 비싸지도 않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매일 소주 2병 마신다고 하면, 그 사람들 반응이 좀 그렇죠?
속으론 "알코올 중독이네..."라고 생각할 거고요.
그 대신 "위스키를 좀 좋아한다"라고 말하면 체면상 좀 낫겠죠?
이처럼 술에 끌려가는 것과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체력이 문제라고 하셨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체력이 좋아지면 더 일찍 일어나서 더 많이 일하고, 더 지쳐서 돌아와 더 많이 마시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빚을 갚아야 하니 체력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그 다짐만으론 실천하긴 어려울 거예요.
지금은 배가 불룩 나와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상태까지만 가지 않으면 괜찮아요.
지금 이 시간이 '빚 갚는 기간'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일 쉬운 것들부터 하나씩 내려놓아 보세요.
인터넷으로 얻는 자극, 편의점에서 습관처럼 사는 소주,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밤.
그 하나하나가 사연자님의 족쇄를 더 차갑고 단단하게 조이는 행위니까요.
이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그리고 지금의 기억이 잊고싶은 고통이 아니라 필요했던 순간으로 남아있길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