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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Aug 25. 2024

고영욱 유튜브 채널 폐쇄를 바라는 심리

배경

과거 룰라의 멤버였던 고영욱은 그가 미성년자 성범죄로 기소되어 징역형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유명인의 범죄와 도덕성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으며, 이후 그의 복귀 시도와 관련해 지속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가 모든 형량을 채우고 한참 후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채널은 논란 속에 삭제되고 만다.


유명인이나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찬성 측은 유튜브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플랫폼이며,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과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도모하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반대 측은 전과자들이 유튜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신뢰 저하를 문제 삼으며, 범죄의 심각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


여기까지는 너무 뻔한 내용이다.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는 척 멋진 정리로 마무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많은 한국인은 반대 의견에 더 공감한다.

그러나, 질문을 조금만 바꿔보면 한국인의 흥미로운 심리상태를 발견할 수 있다.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우리는 사법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인들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약 49%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에 비해 다소 회복된 수치이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Korea JoongAng Daily).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심리

우리는 사법 시스템을 신뢰하지도 않으면서,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상당하다. 즉, 불법과 합법을 결정하는 사람을 믿지 않고, 그들이 정한 처벌 수위도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처벌받은 사람은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더 강력한 처벌만이 답"이라며 그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쥐어주고자 한다.


누군가 사법 시스템을 신뢰한다면, 그 사람이 사법 시스템의 힘이 강력해지길 바라는 건 자연스럽다. 반대로 사법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이 사법 시스템의 힘이 약해지길 바라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어느 쪽이 바르다, 옳다가 아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예시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현재 이 두 개가 짬뽕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심리적 혼란이다.


고양이가 뭔지, 생선은 뭔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심리

이러한 사건에서 반대 의견을 갖는 한국인에게서 혼란의 심리를 느낄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혼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는 심리. 우리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사회적 시스템이나 특히 법의 합리적인 판단이 나를 지켜줄 거라 믿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불공정함이 더욱 활개 칠 수 있도록 부추기는 행동을 한다. 즉,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생선인지 아닌지, 뭔지도 모를 이것을 맡기는 저것의 정체가 고양이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뜻이다.


권력자는 나쁘지만, 나보다 잘나면 뭔가 있지 않겠어요?

신분제는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추종하고 싶은 심리는 여전하다. 그 '잘남'의 기준이 양반이나 귀족과 같은 신분제에서 학력, 사회적 지위, 권력 등으로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 말고는 동일하다. 조선시대라고 양반, 귀족, 왕의 험담을 안 했을까? 국어시간에 숱하게 배웠던 풍자와 해학은 그 산물의 결정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으신 분이 오면 길거리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던 사회였다. 이제는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겹기도 한 '빈부격차'라든지, 불공정 사회와 같은 말이 만연하지만, 높으신 분이 권력을 맘껏 휘두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같은 한 표이지만, 우리는 그 권한을 언제든지 양껏 위임할 준비가 된 사람의 태도로 삶을 산다.

고영욱은 자신이 생존할 수단을 찾아 살아가면 그만이다. 그게 유튜브든 배달이든 노래든... 그건 2024년에 고영욱이나 또는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생존 싸움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고영욱의 유튜브 폐쇄가 옳냐 그르냐가 아니라, 또다시 높으신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채널을 삭제할 권한과 판단을 위임하겠다는 나의 마음이 아닐까?



이미지: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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