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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Feb 02. 2024

첫 번째 육아휴직이 끝났습니다.

아빠 육아휴직, 길고도 짧았던 1년

2024. 2. 2. (금)


첫 번째 육아휴직이 끝났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마지막 글을 쓴 지난 8월 말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서울에서 나와 인천으로 이사를 왔고, 집순이였던 첫째 꿀떡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둘째 찰떡이는 곧 첫 돌을 맞이하고, 아내는 결국 정든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아내와 저, 그리고 두 아이가 오롯이 함께한 지난 1년은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잠이 들고, 또 아이들의 목소리로 잠에서 깨어 부스스 일어나던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아내 또한 둘째 출산 전후로 약해진 몸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고, 저 또한 알게 모르게 쌓인 회사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제가 함께 육아하며 같은 시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등원시키는 것, 하원시키는 것, 삼시 세끼 밥을 먹는 것, 병원에 가는 것, 마트에 가는 것 등, ‘육아의 일상’을 하나하나 함께 밟아봤다는 것이 너무나 귀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용기 내어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써보고, 여러 분들의 응원과 관심도 받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참 감사하고 즐거운 한 해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육아가 힘들다’는 인식이 주변에 파다한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육아는 힘듭니다. 작년 한 해, 아내와 함께 육아하며 자주 이야기한 것이 ‘둘이 손잡고 영화관에 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연애할 때는 당연했던 일들이 아이와 함께라면 당연하지 않게 되니까요. 마트에 가서 바나나 한 송이 사 오는 것? 너무 쉬운 일이지만 ‘아이를 데리고’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너무나 버거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아이들이 없던 그때가 그립지 않습니다.


과거 어떤 순간이 그립다는 것은 현재보다 그때가 조금이나마 나았다는 것을 내포하는 느낌인데, 저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곤하고 지쳐도, 꿀떡이, 찰떡이,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복작대는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유명한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보고, 긴 연휴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들도 너무 좋은 일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네 가족이 복작거리며 사는 것을 넘어설 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은 육아의 힘듦을 덮었습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이 끝났다’라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의 ‘첫 번째’ 육아휴직이 끝난 것입니다. 아내가 새로운 시작을 하든, 혹은 별다른 이벤트가 없더라도 언제든 이 소중한 시간 속에 용기를 내어 뛰어들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아빠 육아휴직 이후'의 육아 일상을 조금씩 나누어볼까 합니다. 사실 퇴근 후 통근시간이 긴 데다, 아이들과 놀다 지쳐 잠들면 언제 글을 쓰나 막막하긴 한데... 오늘처럼 새벽에 체력이 남는 날을 잘 이용해 봐야겠습니다.


아이들의 체력은 점점 강해지고 아내와 내 체력은 점점 약해지는 비극


+근황


작년 한 해,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글도 읽어 주시고 댓글도 달아 주시고 감사하게 이런저런 제안들도 많이 주셨습니다. 브런치에서는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도 달아주셨고요. 작년 8월 이후 몇 개월간 워낙 정신이 없어 글은 못 쓰면서도 못내 죄송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크고 있습니다. 첫째 꿀떡이는 어린이집 거부 없이 한 번에 적응해서 오히려 집에 오기 싫다고 울었던 기간이 꽤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집에 다니다 보니 전보다는 더 잔병치레가 많긴 한데, 그래도 28개월 남짓 집에서 면역력을 기른 덕분(?)인지 다른 아이들보다는 덜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둘째 찰떡이는 곧 첫 돌을 맞이합니다. 확실히 남자 아이라 그런지 사고(콘센트 커버 부수기, TV 때리기 등)를 많이 치는데, 힘은 또 얼마나 센지 아직 돌도 안되었는데 누나랑 한창 힘겨루기를 하는 중입니다. 저희 부부도 저의 복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고, 새로운 마을에서 조심스럽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또 사귀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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