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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천동잠실러 Jul 30. 2024

고생했다는 말의 무게

알아갈수록 무거워지는 것

2024. 7. 30. (화)


아내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주말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토요일에 혼자 애 둘을 봐야 하는데 뭘 할까 고민이다. 근처 과학관에 가볼까. 캠핑카를 빌려 바닷가에 다녀올까 (아내가 차를 가져가서 쏘카를 빌려야 한다). 아니면 베란다에 작은 분수대 설치해서 집에서 놀까. 어떤 선택지든 3살과 1살 아이를 혼자 보는 게 쉽지는 않을 거고 상상만 해도 벌써 피곤하다.


그런데 피곤할 그 주말이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


사랑하는 아이들과의 추억도 물론 설렘의 일부지만, 이번 주 토요일처럼 혼자 애 둘을 보다 보면 아내의 평소 일상과 감정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있는 것은 시간의 방에 갇히는 것이고, 그 갇힘이 싫어 아이들을 데리고 집 밖에 나간다는 것은 수많은 변수의 강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 두 선택지 속에서 허덕이다 가끔은 언성을 높이기도, 가끔은 지쳐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쉴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아내의 일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좋다.


주중에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두 아이에게 시달리다 추노처럼 지친 얼굴의 아내가 서 있는 것을 본다. 그런 아내에게 웃으며 "고생했어"라는 말을 건네곤 하는데, 표현하는 내가 아무리 진심이라 해도 아내의 그 시간, 그 감정을 '알지 못하는 것'의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한, 내가 건네는 "고생했어"는 한없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아내 없이 혼자 육아를 할 기회(?)가 오면 떨리면서도 설렌다. 나는 조금이나마 더 아내의 일상과 감정을 알게 될 것이고, 아내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말수가 적은 아내가 왜 내가 퇴근만 하면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듯 얘기하는지. 왜 3시간이 넘게 카톡 답장을 하지 못했는지. 왜 거실엔 냄비가 깔려있고 부엌에는 거실 소파쿠션이 굴러다니는지 등등.


 글을 적다 보니 다시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약속은 잡혔고, 아내는 나가고, 나는 남을 것이다.


다가올 토요일의 나에게 행운을 빌어본다.


어디 가지....


일단 지난 두 번의 토요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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