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빠 육아휴직에 들어가다.
2025. 5. 14. (수)
올해 가을, 셋째가 태어날 예정이다.
임신 중기를 넘긴 지금 아내의 배가 벌써 많이 나왔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내가 통근시간이 길어, 활발한 첫째와 둘째를 아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결국 두 번째 아빠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첫 번째 육아휴직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다르지만, 육아휴직을 두 번째 보내는 회사도 많은 부분 달라져 있었달까?
1. 내가 달라진 점: 단둥이 아빠가 아닌, 다둥이 아빠
첫 번째 육아휴직 때는 남편이자 '주부'로서 아내와 일상을 맞춰나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 '아빠'로서 첫째 꿀떡이와 친해지는 동시에, 새롭게 우리 가족에 합류하는 둘째 찰떡이가 어떤 느낌일지도 명확하지 않아 다소 막막했다. 그리고 한 명의 회사원으로서도 '휴직'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보았기에 직장인 차원의 막막함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두 번째 육아휴직을 앞둔 지금은 일상을 맞춰나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 또 셋째가 합류하는 것이 내게도 전혀 이질감이 없고, 아이들도 이미 남매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하나가 더 추가되는 느낌이라 별 감흥이 없는 듯하다. 회사원으로서도 이미 예전에 다 거쳤던 과정들 (휴직 알리기, 인수인계 등)이라 감정적인 소모나 혼란스러움이 없다.
이제 겨우 두 번째 휴직인데, 나도 모르게 다둥이 아빠이자 육아휴직 경험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2. 회사가 달라진 점: 조직, 그리고 회사
신기하게도 회사에서 내가 속한 조직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미혼이라, 육아 경험이나 지식이 전혀 없다. 그래서 내가 육아휴직을 썼을 때 다들 '그게 뭐지'라는 반응이었다.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도 잘 몰랐으니.
작년 아빠 육아휴직에서 복직 후 다행히 업무에 잘 적응했고, 팀 내 유일한 '아빠 직원'이자 회사 최초의 '장기 아빠 육아휴직러'로서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 업무 중 회사에 관련 전문가가 없는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고, 가을 무렵 일이 몰렸을 때는 며칠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인근 모텔에서 눈을 붙이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복직한 해 회사에서 가장 좋은 고과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휴직 선언(?)을 한 이번 달 내가 속한 부문의 우수 직원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편으로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육아휴직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사내 '아빠 육아 동호회'를 만들었다. '이걸 누가 가입할까?' 하는 의구심도 잠시, 한 달 만에 10명의 아빠 직원들이 모였다. 육아휴직을 짧게라도 다녀온 직원도 있었고, 고민하는 직원들도 있었으며, 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직원도 있었다. 다양한 입장과 성향의 아빠들이 모여 결혼, 육아 등 주제에 대해 매달 모여 이야기했다. 예상치 못하게 너무 공감한 나머지, 동호회 개설 1주년을 앞둔 현재 10명 중 무려 5명의 동호회원이 육아휴직을 떠났다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복귀하고 보니, 내가 속한 팀(조직) 차원에서는 육아휴직이 '모두가 아는 흔한' 내용이 되었고, 회사 차원에서는 '육아 동호회'가 만들어져 1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3. 두 번째 육아휴직을 맞이하며
언젠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쓸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 이유가 셋째의 출산일 줄은 몰랐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셋째는 또 처음이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뒤돌아보면 첫째 꿀떡이와 둘째 찰떡이도 키우는 게 녹록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고,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만삭인 아내와 셋째, 그리고 두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필요한 지금, 내게는 육아휴직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가치 판단의 결과랄까.
육아라는 것이 당연히 피곤하고 쉽지 않겠지만, 경제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고 많은 고민을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아내 그리고 세 아이와 함께할 앞으로의 휴직 일상이 기대된다.
'또?' 육아휴직이 아니라 '다시!' 육아휴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