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빠들을 통해 훔쳐본 저출산의 한자락
2026. 3. 7. (토)
30대 아빠들의 고민
얼마 전 또래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었다. 철없던 총각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제는 다들 30대 중후반 애아빠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예전에는 추억이나 직장생활이 대화 주제였는데, 지금은 자연스레 육아 고민으로 시작해서 자녀 계획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우리 모두 공감한 것은 '아이는 사랑이다'라는 것. 특히 4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B은 아이가 너무 예쁘다고 했다. 두 살 터울 남매를 키우는 A도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했고, 세 남매를 키우는 나 또한 힘들기는 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A의 둘째, B의 셋째 가능성에 대해서 묻게 되었는데, 둘 다 원한다면서도 말 끝을 흐렸다. 괜스레 '셋째는 사랑이야'를 외치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는데, 이후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며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요즘 아빠들의 진짜 고민이 테이블 앞에 펼쳐진 느낌이었달까?
30대 중반, 애 둘 아빠 A의 이야기
두 살 터울 남매를 키우는 A는, 본인은 셋째 생각이 있는데 아내가 결사반대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 부분은 알고 있었다. 작년 말 가족모임 때 A의 아내가 했던 얘기가 있다.
"저도 제가 직장 그만두고 외벌이로 생활할 수 있으면 셋째 낳을 거예요."
A 부부는 결혼하며 대출로 산 경기도 집이 있는데, 요즘 이자가 올라 매달 200만원 넘게 상환 중이라고 했다. 집이 경기도 외곽이라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차량도 구매했는데, 이 또한 할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출금과 차량 할부금을 갚으며 두 아이를 키우자니 A의 아내도 출산 직후 출산을 하며 맞벌이로 전환해야 했다. 자연스레 아이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에 갔고, 그마저도 등하원을 장모님께서 맡아주고 계신 상황이다.
새벽부터 부부가 일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숨 돌릴 틈 없이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하는 상황.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저녁 7~8시쯤 만난 엄마와 아빠가 너무 반갑다. 흥분한 아이들의 취침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자연스레 내일 출근해야 하는 부모의 수면 시간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행히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고 건강에도 큰 이상이 없이 잘 자라고 있지만, 여기에 셋째를 키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A 아내의 설명이었다.
30대 후반, 애 하나 아빠 B의 이야기
4개월 아들을 키우는 B 또한 둘째 생각이 있다면서도 선뜻 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상황은 A와 비슷했다.
B도 결혼하며 대출을 끼고 서울에 집을 샀는데,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이 매달 3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아내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외벌이인 상태에서 당장 다가오는 4월, 5월에 상환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B의 아내 역시 조만간 복직을 해 맞벌이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인데, 애가 하나인 데다 서울 중심지에서 요즘 어린이집 등록이 쉽지 않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 중 나이가 제일 많아 곧 40대가 되는 B는 둘째에 대한 생각이 분명 있는데,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이 있어 선뜻 둘째를 계획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에 대하여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저출산이라는 것이 단순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은 사회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직장이 서울에 몰려 있고, 집값이 서울부터 오르고, 좋은 대학이 서울에 몰려있고, 그 대학을 가기 위한 학군지가 서울에 형성되어 있는 사회 문제들이 저출산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았다면 B는 무리해서 집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고, A 부부가 구할 수 있는 직장이 서울 외 지역에 있었다면 A가 무리해서 수도권에 집을 구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신혼 때부터 무리해서 집을 살 일이 없었다면 두 부부 모두 굳이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아이들도 어린이집 대신 엄마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부모님도 예상치 못한 황혼 육아 대신 자신만의 노후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각자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각자가 져야 한다. 집을 산 것도, 차를 산 것도 그들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저출생'이라는 현상을 바라볼 때 단순히 '업무시간이 길어서', '휴직이 눈치 보여서'와 같은 피상적인 부분보다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창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할 20대, 30대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그보다는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사랑스럽지만 낳을 수 없는 사회
기사를 통해서나 읽던 상황들을 철부지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주변 친구들을 통해 마주하니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씁쓸했다. 사실 나 또한 저 현실의 주인공이다. 결혼하고 지난 6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인천으로 이사를 온 것도, 아내가 일을 그만둔 것도, 내가 휴직을 하게 된 것도, 쉽거나 가벼운 선택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런 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낳으니 좋더라'는 말을 가볍게 하기가 어려웠다. 우리 부부 또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살아온, 아니 살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요즘 저출산과 관련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일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출산율도 소폭 상승하고 육아 정책들의 사용률도 증가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새해에는 육아휴직을 더 쓰기 편하게 하고,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정책이 신설되는 것 같다. 모두 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저출산 정책들이 작금의 저출산 현상의 원인에 직접적으로 닿아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침이 난다고 매번 기침약만 먹고 잠시 완화시키는 모양새를 찾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 계속 기침이 난다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장기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듯 말이다.
사랑스럽지만 낳을 수 없는 사회. 이 한 줄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닐까? 너무 슬픈 말이다. 현실이라 더 아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