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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쿠 Jul 22. 2019

살아남은 여우들의 섬
루스키섬의 여우

세계 기행 사진 에세이


이번에는 러시아 여행의 시작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야생여우 서식지인 루스키섬을 찾게 된 경위와 그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애초에 러시아로 사진 촬영을 계획하게 된 건 시베리안 열차 횡단을 하며 러시아 땅의 특성을 담고자 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시간 관계로 인해 찍고 싶은 스폿이 동쪽 끝과 서쪽 끝인지라 비행기를 이용하게 됐지만 덕분에 촬영하고 싶은 스폿을 다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요.



시베리아의 시작이 되는 곳 그리고 교통의 출발점이기도 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저는 야생여우 서식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즉시 리서치에 들어갔고,

루스키섬에 소수의 여우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루스키 섬

Russkiy Island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이 섬은 소련 시절에는 군사기지가 있었던 곳입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곳인데 간혹 겨울에 안개가 너무 심해서, 섬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의 이름은 동시베리아를 통치한 니콜라이 아무르스키의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면적은 97,6km 2의 작은 섬이며   루스키흐 산, 글라브나야 산, 첸트랄나야 산등 3개의 산이 대표적으로 위치해있습니다.






"여우를 찾아서"


WANTED 주황색 털 뭉치를 찾아라



여우를 찾기 위해 러시아에 거주하는 가이드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저희는 여우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루스키섬의 여우 개체는 계속 줄어 지금은 3마리 정도밖에 안 남아있다고 하니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는 이야기에 반은 기대감을 내려놓은 채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여우를 꼬시기 위한 미끼가 무엇이 있나 물어보니 여우는 소시지와 안주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응? 싶었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 소시지와 안주를 엄청 많이 준비를 해 루스키섬을 찾아가게 됩니다.



여우가 출몰하는 곳은 토비지나 곶 일대를 통과하는 산길! 소시지를 들고 흔들고 다니면 먹을 게 없어 배고파 가끔씩 길로 내려오는 여우가 냄새를 맡고 근처까지 다가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시지를 미친 듯이 흔들며 추노꾼처럼 여우를 3시간 동안 추적했지만 결국 여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본 걸까 가이드분은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셨던 것에 책임을 지셨는지 표정을 굳게 지으신 채 소시지를 양손에 흔들며 산을 뛰어다니기 시작하셨죠.


여우 하나 보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게 아쉬워 말리자도 못하고 안쓰런 마음에 멀리 뛰어 다니는 가이드님을 지켜보며 저도 조금씩 희망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찾았다!! 소리와 함께  얼굴에 온갖 삼라만상의 희열의 감정을 드러낸 체 심마니와 같은 가이드분의 얼굴을 본 순간, 모든 것을 깨닫고 사냥꾼처럼 은밀하고 빠르게 가이드님께 달려갔습니다.



첨엔 보이지도 않았던, 가이드님의 이글아이가 결국 작은 털 뭉치 생명체를 발견해냅니다.
가까이 오너라 이 녀석
본인은 수풀에 의태한척 수풀 속에서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털 뭉치 친구


은밀하게 다가갔지만 저의 그림자 같은 기척을 귀신같이 알아챈 여우가 도망을 가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다시 저의 추노꾼 라이프는 시작되었습니다.




찾았다 요놈!


소시지 헌터


쫒고 쫓기며 한 손에 카메라 셔터를 연사 하면서, 파파라치가 되어 추적을 이어갑니다.


거리가 가까워졋다싶으면 소시지를 투척하여 여우와의 거리를 좁혔고, 급한 나머지 이 녀석은 한입에 소시지 3-4개를 물고 먹으면서 도망갔습니다. 다시 거리가 벌려지면 입에 물고 있던 소시지를 땅에 묻고 다시 도망가는데 이 녀석은 그 위치를 기억했다가 다시 찾으러 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지나자 결국 여우는 지쳤고 다시금 카메라의 프레임에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소시지 30개쯤 주고 나니 이 녀석도 조금씩 다가옵니다.


그래 이제는 찍어라 인간 놈들아. 그리고 자세를 취해주는 녀석.


왠지 저를 비웃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우와의 공방전이 끝나고 저희는 무사히 야생여우 촬영을 마쳤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남을 느낀 것일까 여우는 저를 향해 씩 웃듯이 쳐다보고는 다시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기고는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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