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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쿠 Jul 23. 2019

구 소련의 폐허와 유령 수도원

세계 기행 사진 에세이

이번 글에서는 루스키섬에 겪었던 오싹한 체험들에 대해서 같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루스키섬은 토비지나곶을 포함하여 동쪽 루트는 관광투어가 활성화되어 많이 방문하시지만 서쪽 루트는 활성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시간의 흐름이 많이 느껴지는 폐선이나 폐허 같은 것들을 주로 조사해 가이드분께 의뢰하여 서쪽 루트를 탐사하는 플랜을 세워 안쪽까지 깊이 들어갔었던 적이 있는데요.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드리려고 합니다.


구소련의 잔재

딱 봐도 스산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루스키섬으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보이는 폐허들은 마치 폭격 맞은 듯이 깨져있고 그 안에서는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전 루스키섬에서 3번의 위기를 느꼈는데 첫 번째 위기는 여기서 나오면서였습니다. 건물을 돌아 숲 사이로 보이는 또 다른 폐허로 걸음을 옮기는데 숲의 나무가 드러나면서 늑대만 한 들개 한 마리가 나온 겁니다. 

그때의 상황은

필자 :....

들개로 의심되는 개 1 :....

하지만 다행히 들개는 들개가 아니었는지 목에 목줄이 묶여있었고, 개는 다행히 꼬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 나무들에 가려졌던 공터가 드러나니 그 뒤로 저를 똑같은 얼굴로 보고 있는 들개 2,3,4가 그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그때의 상황은

필자 :...

들개로 의심되는 개 1 :.....

들개로 의심되는 개 2 :.....

들개로 의심되는 개 3 :.....

들개로 의심되는 개 4 :.....

긴장이 흐르는 적막 속 저는 목줄이 좀 헤지긴 했지만 다들 묶여있는 것을 보고 전 깊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개들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 순간 그 뒤로 발견한 건 송아지를 뜯어먹고 있는 들개(진퉁) 한 마리였습니다.

열심히 송아지를 씹는 개와 제가 눈이 마주쳤고 들개의 입에 잔뜩 묻은 피와 살기 어린 눈은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더 경악스러웠던 건 그 들개만 목줄이 없었고 심지어 이 친구는 꼬리를 안 흔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5마리의 들짐승들에게 저 송아지처럼 땅에 영양분이 되어 사라지는 것일까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살기 위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모 방송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최대한 자극을 하지 않게 눈을 피하지 않고 백스텝으로 그 자리에서 위험을 모면했었죠.

서쪽 안을 더 들어가니 폐선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깊은 숲 속, 폐 허안으로 

여길 정말 들어가야 되나 싶었습니다. 안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궁금했으나 망설여졌지만 용기를 내서 이번 여행에 데려온 후배와 같이 들어갔습니다.

진짜 뭐하나 튀어나올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찍을 것 후딱 찍고 나가려고 했지만 이 겁 없는 후배는 이곳저곳 자세히 살피며 사진을 찍습니다. 위의 사진은 건물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3~7층도 있지만 솔직히 위험하기도 하고 엄두도 안 나서 초반 탐사만 마치고 폐허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폐허를 나와 다시 서쪽 더 깊숙이 들어가자 나온 폐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뭐가 있을까 싶어 차를 타고 

휑한 도로를 타고 더 안쪽으로 한동안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 즈음 가이드분이 말씀하시길 "어랏 여기 안쪽에 수도원이 있나 봐요"

낡은 수풀 사이에 녹이 슨 간판에 써진 러시아어를 보고 이런데 수도원이 있다는 것에 석연치 않음을 느꼈지만 다시금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한번 가보도록 하죠"


어느덧 길의 끝이 보이게 되자 진짜 수도원이 있었습니다. 바리케이드가 쳐져있었고 경비실같이 작은 나무판자 룸에서 타락한 것 같은 산타할아버지가 나와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가이드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더니 지금 예배 중이긴 한데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사진은 안된다고 하네요.라고 이야기를 듣는 순간, 뭐가 이렇게 쉽지. 역시 사람은 용모로 판단하면 안 되나 하면서 철문을 걷히고 저희는 수도 원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닫히는 문 사이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타락 산타 할 범을 뒤로한 채...

저희는 수도원을 들어갔고 안에는 나름 작은 마을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신식이었고 그런 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도 원안으로 들어갔죠. 입구서부터 살핀 수도원의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고 입구에 들어선 순간 희미한 연기를 들이마시게 되었습니다.

이건 미약일까 라는 의심이 든 것은 수도 원안으로 자욱한 연기 가운데 옅게 밝혀진 양 촛불들 사이로 뭔가에 홀린 듯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가이드분은 안절부절못하며 "여기서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황을 숨긴 채 침착하며 안의 정경을 살피게 됐고 그 순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가운데 제단 앞으로 등을 진채 묵묵히 서있는 검은 수녀가 있었는데 그 키가 자그마치 2미터를 훨씬 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일까, 당장이라도 돌아볼 것 같은 그 모습에 저는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컨저링에 나올 것 같은 수녀 귀신이 떠오르며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가이드 역시 놀라며 "여.. 여긴 악마의 소굴이에요.;;; 당장 나가야 합니다!"라고 울음 어린 조용한 외침을 내질렀습니다.

저희는 순식간에 수도원을 나갔고 다행히 제지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와서 우리끼리 나눈 얘기는 충격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필자 : 아까 본 저건 대체 뭐죠..? 딱 컨저링이 떠올랐어요..;;

가이드 : 악마예요 악마! 정말 끔찍했습니다!

후배 : 응?? 뭐가요?

필자 : 무슨 소리야 그.. 제단 앞에 그 2 미터 넘는 검은 수녀 말이야! 진짜 식겁했네

후배 : 전 아무것도 못 봤는데요.

..........

짧은 정적과 함께 저희는 차를 타고 바로 액셀을 강하게 밟고 루스키섬 앞의 얼어붙은 바다를 가로질러 질주해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희가 본 것은 무엇일까요. 사이비 종교 같은 수도원에서 본 것을 애써 기억에서 잊으려 노력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가 막 떠나던 차에 어떤 물체가 차량을 습격해 엄청 놀랐지만 다행히 개였습니다. 

아까 그 들개의 자식은 아니겠지 싶었습니다만... 


해당 사진은 루스키섬을 돌아다니며 찍은 폐선의 사진으로 

암스테르담의 Powerful Compositions Exhibition의 디지털 쇼케이스에 셀렉 되어 전시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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