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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러코드 Oct 06. 2024

컬러[따스하다]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때론 어렵기도 해.

아이들과함께라면색


절망적이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가족'이라는 두 글자에 '내편'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용기가 생긴다.


일중독이었던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헐레벌떡 결혼을 하고도 허니문에 그 쉬운 육아휴가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N잡러 상태에서 아. 직. 도. 정신없이 살고 있다.


고백을 하자면 '아이가 있다'라는 사실에 할 일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까봐, 일을 할 때는 일부러 아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부분이 아이는 엄마가 기르는 것이므로... 여자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때에는 '대기'하고 달려가야 하기에... 참으로 일을 하면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한 지 10년 즈음되고 아이가 10살이 되고서야 이제 조금씩 내 마음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조금은 자랑스럽게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조금씩 말을 한다.



이유는... 벅찬 하루하루를 이해받고 싶은 것이었을까.



그렇다. 늦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도 늦지 않았다고들 격려해 주신다.

일보다 가정이 우선이고 아이가 우선인 사람들이 올바른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은 하지만 나 스스로의 행동은 참으로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도 가정이 우선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가까워서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다행히 그걸 이해해 주는 남편과 부모님들 덕분에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워킹맘이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컬러의 풍요로움으로 얕은 지식이라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조금씩 알려주고자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보는 사람들마다 '오늘 무슨 색이야?"라고 묻는다.


고수님들처럼 글을 써놓고 조금씩 게재하는 성격도 못되어 매일 조급하다. 그리고 매일 생산하기 바쁘다.

새벽에 미리 생산해 놓지 않으면 그다음 날 갑자기 바빠질 경우 밀리기 시작한다. 급한 일이 많을 경우도 글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자꾸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글을 즐겨쓰거나 잘 쓰는 편이 아니기에 더더욱 부담스럽고 결국, 매우 뜨거운 창작의 고통이 언제쯤 쉬워질까..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나를 구속한다.


그런 엄마를 아는지, 이제는 '오늘은 무슨 색이야?'라고 묻다가도 모니터를 보고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면 조용히 방을 나가준다.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고맙다.

엄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니 모니터를 보고 마우스를 잡고 있으면 일을 하는 것, 마우스를 잡고도 미동이 없다면 디자인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것,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면 글을 쓰는 것.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학습된 것이다.



10월이 시작되며 연달아 행사도 많고 기념일이 많다 보니 며칠의 그 스토리에 '오늘은 무슨 날이야?'라고 질문이 바뀌었다.


음.... 달력은 깨끗했다.

세상은 워낙 넓기에, 매일 전 세계 어디에서 있을 기념일을 모두 알지 못한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10월 4일이 달력에는 아무 표시가 없었지만 '동물의 날'이었다.


어제는 둘째 딸이 경로잔치 무대에 동사무소에서 들은 댄스수업 아이들과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프리마켓 행사에 참여하였다. 그 행사를 즐기고 아이들 둘 다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한다.

그만큼 부모가 없이도 하루쯤은 견딜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러니,,, 골똘히 생각에 잠기었다.


그렇지... '매일이 너희와 함께하는 날'이구나..

.

.

.


오늘 오후에는 '엄마랑 아이랑 합창단'의 초청공연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은 단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나는 평소에 절 때 입을 일이 없는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다. 함께 동요를 부른다.

매주 금요일 저녁 두 시간, 억지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합창연습에 투자한 결과이다.


때론 많은 어른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이...

'그때가 제일 그립다', '그러니 즐겨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잘하지 못해서 아쉽다'

'고마움도 모르고 그냥 그냥 지나간 것 같다.' ,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 애들에게 잘해줘라.' 등의

지금 당장 귀에 들어오지 않는 소리이지만 일단 듣고 마음에 담아둔다.


그렇다. 사람은 지나 봐야 후회하고, 지나 봐야 고마운 줄 안다.

꼭 비교를 시간이 흐르거나 또 다른 대상이 있을 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냥 생각하면 따뜻하고 예쁜 핑크빛이지만, 잘해주지 못한 날에는 반성도 하고 서서히 멍이 든 색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함께 있으면 게이지가 서서히 오른다. 목소리도 점점 커진다. 욕심 때문이겠지.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마음이 평정해지면서 차가워진다. 객관화가 되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하면서 아이들이 원래 그렇지... 하다가도 갱년기를 체험한다. 사춘기를 넘어 팔춘기를 경험한다.


뜨거운 욕심의 게이지를 빨간색, 후회하고 평점심을 차갑게 찾는 것을 푸른색, 합쳐보니 보라색이 된다.

신비롭다. 내 마음을 내가 알 수 없다. 혼란스럽다. 정체성이 흔들린다.

소리치면 후회하고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가슴에 피멍이 드는 행복의 과정이다.

그러면서도 또 돈독해지는 우리들의 사이 가족관계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색이다.


언젠가 해외에 육아를 하고 있으면서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께서 내가 쓴 댓글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난 후의 색은 무슨 색일까요?'라고 물어봐주셨는데...

이런 색이 아닐까요???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준비가 많이 필요했는데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한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사랑으로 가족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일수도 있지만

마음의 준비와 계획을 한다면 꽤나 근사하고 설레는 일이다.

경험해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편하면 누군가가 힘들기 마련이다. 당연한 일이 절 때 아닌 것이다.


그러면 매우 어려운 일인가?

그렇다.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때론 어렵기도 하다.


함께 음식을 먹고 웃고 자며

책을 읽고 떠들고 자유롭게 놀다가도 여행도 하고 추억을 쌓아간다.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규칙을 지키며 예의를 함께 하며

각자의 가족이 또 다른 생명체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내가 없어도 스스로 살아갈 힘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매일이

뜨겁고도 차갑다.

하지만 따스하다.


이 온도가 식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지.


이제 무대에 설 준비를 하러 가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라면 한 젖가락으로 오늘의 든든함을 채워야겠다.

언제나 고마운 가족에게 '사랑한다'라고 속삭여야겠다.


오늘, 나는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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