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봄4.19혁명색
매주 토요일이면 둘째 아이의 수업이 있는 중앙도서관을 갑니다. 오늘은 그 일대가 평소와는 다르게 주차마비를 겪었습니다. 도서관 주변에는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저도 그 풍경에 이끌려 사진을 찍으며 '꽃놀이객이 몰려든 탓이겠지'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4.19 혁명을 기념하는 엄숙한 행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저 봄을 즐기던 제 자신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4.19 혁명을 기념하는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은 혼잡 속에서도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물줄기를 바꾼 4.19 혁명. 그날의 함성은 총성과 피로 물들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색은 바로 흰색입니다. 4월의 봄날, 교복 입은 학생들이 들고 나왔던 백지 피켓, 잿빛 도심을 가득 메운 흰 와이셔츠, 그리고 진실만을 외치던 백의(白衣)의 민중들.
그 색은 순결함과 진실, 정의의 요구를 상징하는 색이었습니다.
컬러카드에도 흰색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색조를 whitish로 표현하고, 태극기의 붉음과 푸름을 섞어 연보랏빛으로 흰색을 연출해 보았습니다. 글자는 녹색빛이 도는 회색으로 정의의 새싹이 돋아남을 뜻했습니다. 흰색 교복이 붉게 물들었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었던 아직도 밝은 빛으로 빛나는 희망찬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도서관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과 들꽃을 보며 그저 꽃놀이인 줄 알았던 오늘, 저는 하늘에 물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 왜 혁명이 일어나야 했을까?"
그 대답은 바로 아름다움이 가려졌던 불의와 침묵 때문이었습니다.
예쁜 차림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대는 이들은 오늘이 4.19 혁명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1960년의 그 봄날, 사람들은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먼저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맨손으로 외친 자유와 진실, 정의.
그 혁명으로 인해 독재 정권이 물러났고, 헌정 질서가 다시 세워졌으며, 민주주의의 가치는 비로소 국민의 손으로 되찾은 것이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더는 눈을 감지 않게 되었고, 정의는 흰 셔츠와 백지 피켓을 넘어 하나의 시민 정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봄날의 꽃이 다시 피어나는 지금, 그날의 외침도 다시 피어납니다.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에 분노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승만 정권의 장기 집권에 저항하는 그 목소리는, 단순한 정치적 불만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고, 그 마음은 순수했기에 밝음으로 표현됩니다.
시위대는 흰 저고리, 교복, 무명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무기 없이, 맨손으로 외친 "정의"와 "자유"는 도심 속에 새하얀 물결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비록 4.19 당시 직접적인 시위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1960년대 부산의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었으며 이후 부산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의 흐름이 이어집니다.
또한 부산 지역에서는 이름 없이 쓰러졌지만, 동래고, 부산고, 경남공고 등지에서 시위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희생과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 개개인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부산의 거리 위에 남겨진 발자국과 외침은 4.19 정신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4.19 혁명의 불씨는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으며, 부산 또한 그 중심지 중 하나였습니다. 부산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난수도이자 민주화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고, 1950~60년대 격동의 정치 상황 속에서도 뜨거운 시민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가 자행되던 그날, 부산에서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시청 앞에 모여 부정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의 무차별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학생들이 거리를 메웠고, 이 시위는 마산과 서울로 이어지며 전국적인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4.19는 봄의 한가운데에 일어났습니다. 살랑이는 벚꽃이 떨어지는 거리, 그 위에 흘러내린 피. 희고 붉은색의 대비는 지금까지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낡은 운동화, 흰 셔츠 위로 튄 피의 자국, 그리고 국립묘지의 백색 비석들은 우리에게 이 날을 끊임없이 기억하게 합니다. 희생자들의 눈망울이 꽃이 되어 자꾸 저를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흰색은 침묵하지 않겠다는 결연함, 정의에 대한 믿음, 시작의 선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흰 셔츠를 입고, 다시 백지에 쓰고, 다시 정의를 말합니다.
4.19의 흰색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정의는 때로는 가장 순수한 색으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날의 색은 바래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외침은, 지금도 봄마다 피어나는 민주주의의 흰 꽃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으로 시끄럽습니다. 6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우리가 또 한 번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를 묻는 시간입니다.
민주주의는 단지 투표함 앞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목소리를 나누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그 모든 작은 행동 속에 살아 있습니다.
이제 곧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는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니라, 함께 지켜내는 것이라는 걸 말이지요.
너희의 말과 생각, 선택이 내일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거라고..
희망을 잃지 말고, 두려움보다 질문을 택하길 바란다고..
아이들아, 오늘 우리가 겪은 그 작은 불편함은 단지 과거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다짐이었단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기에,
너희는 지금 자유롭게 배우고 생각하며 자라날 수 있어.
그날의 흰색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너희가 살아갈 내일을 더욱 빛나게 할 색이기도 해.
항상 질문하고, 듣고,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흰색처럼 정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바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며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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