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쿠앙아닌단무지색
어릴 적 짜장면을 먹을 때면
가장 먼저 찾은 건 검은 그릇 속 면발이 아니라,
그 옆에 동그랗게 썰려 나온 단무지였다.
선명한 노란빛.
아삭한 소리.
짭조름하고 새콤한 맛.
그리고 묘하게 마음이 놓이는 느낌.
단무지는 언제나 조연이었다.
하지만 주연보다 먼저 젓가락이 향하는 순간,
이 노란색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색채’를 갖게 된다.
단무지의 뿌리는 조선 말기, 일본의 '다쿠앙즈케(沢庵漬け)'에서 유래되었다.
우린 어릴적 '다깡'이라고도 불렀지.
일본의 스님 '다쿠앙'에서 유래된 절임 방식은
하얀 무를 말려서 소금, 쌀겨, 설탕, 식초 등으로 숙성시키며
서서히 황갈색 또는 황금빛으로 물들여지는 과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이 방식이 들어와,
우리 입맛에 맞게 식초와 설탕을 더하고
치자나 울금 등 천연재료로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이때 단무지는 연한 황갈색 또는 밝은 황색,
말 그대로 ‘발효된 시간의 색’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식품 산업이 대중화되면서
보다 균일하고 선명한 ‘노란색’을 위해 식용색소(타르트라진)가 등장했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눈이 확 띄는 단무지의 노란색은 이 과정을 거쳐 정해진 것이다.
하얀 무는 수분과 섬유질이 살아있는 자연의 색, 말린 무는 햇빛 아래 누렇게 바래며 탄닌과 색소가 생김,
절이는 과정에서는 소금과 설탕, 식초가 무에 스며들며 황갈색에서 밝은 노란색으로 변하고 현대 단무지는 식용색소를 통한 선명한 형광 노랑으로 대중화 되고 있다.
단무지는 그 자체로는 작고 가볍지만,
짜장면의 진함을 덜어주고, 고기의 기름짐을 정리하며,
바쁜 도시인의 식탁에서 잠깐의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다.
정말 모든 곳에 실질적인 조연이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그 선명한 노란색이 발효의 시간을 품을 수도 있고,
균형 있는 식문화로의 전환을 암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 박영심 디자인씽커 _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 SDGs목표 3. 건강과 웰빙 과도한 색소 사용, 당분 함량, 나트륨 문제는 식생활과 건강에 직접 영향
| SDGs목표 12.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 천연 발효 단무지, 저당·저염 단무지 등 건강한 대안이 늘고 있음
| SDGs목표 2. 기아 종식과 영양 절임 채소는 저장성 높은 식재료로, 전 세계 식량 대안으로 부각 중
| SDGs목표 13. 기후 행동 지역 채소와 천연 발효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작은 실천’
*SDGs와 디자인에 대한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보충이 필요하신 분들은 권장합니다~
*이미지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