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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자라는 하얀 균형

어둠속흰팽이버섯색

by 컬러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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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팽이버섯이 왜 하얀색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일상이 너무 당연한 듯이 예의를 갖춘 감사함 뿐,

이유를 알려들지 않았었다.


아이들과 버섯 키우기를 할 때쯤이야 나는 다 큰 어른이 되었지만

그제야 깨닫는 것들, 인생을 두 번 살아봐야 하는 건가...

세 번 살면 또 어떤 새로움이 나를 기다릴지 설레였다.


어둡고 조용한 방 안,
빛이 차단된 틈 사이에서 천천히 하얀 것이 자라난다.

바로 팽이버섯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길고 가느다란 줄기,


하지만 그것은 자연 상태에서 자란 모습이 아니다.

자연 속 팽이, 갈색이었다

야생의 팽이버섯은 '갈색 팽이버섯(Flammulina velutipes)'라 불린다.
갓은 진한 갈색이고, 줄기는 짧고 굵다.
햇빛(자외선), 바람, 토양 속 미생물과 함께 자라기 때문에
색도 짙고 조직도 더 단단하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팽이버섯은

어둡고 조용한 배양실 안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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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팽이버섯은 빛을 차단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고,
습도는 90% 이상으로 유지한 인공 환경에서 자란다.

이 환경은 곧 색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팽이버섯은 생물학적으로 색을 만들 기회를 제한받아
'무색에 가까운 하얀색'으로 성장하게 된다.

즉, 이 하얀색은 자연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조절한 색의 탄생이다.

깨끗한 하얀 갓을 가진 팽이버섯은 사실 태양을 본 적이 없다.

햇빛을 가리고, 습도와 이산화탄소를 조절한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간다.


무척이나 섬세한 이 균류는 광합성을 하지 않지만
적절한 온기와 습기, 조심스러운 배려 속에서 자란다.

그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너무 많이 가지려 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균형을 지키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팽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사실 팽이버섯은 갓이 퍼지기 전,
동그랗게 말린 형태를 가졌다.
그 모습이 어릴 적 돌리던 팽이처럼 생겼다 하여
‘팽이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참 신기하다.

버섯도 팽이처럼 돌아야 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다.
하얗고 맑은 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빛을 일부러 차단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야 할 때가 있다.

팽이버섯은 거창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버티는 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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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속에서, 전골 속에서, 볶음밥 위에서,
팽이버섯은 자기 맛을 크게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음식 전체의 균형을 지켜주는 존재가 된다.


빛이 차단되고, 자연이 억제된 환경 속에서도
팽이버섯은 자신의 방식으로 생존하고 성장한다.

그것은 마치 현대 사회 속 우리가 너무 많은 자극과 빛 속에서
잠시 스스로를 닫고 중심을 찾는 순간과 비슷하다.

팽이버섯의 하얀색은 희미한 색이 아니라,
조율된 생존과 절제된 조건에서 피어난 선택의 색이다.


팽이버섯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이유.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 속에도
‘팽이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무엇’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네 마음은 무슨 색인가요?






+ 박영심 디자인씽커 _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 SDGs 3. 건강과 웰빙 저칼로리, 고식이 섬유, 면역력 강화 효과

| SDGs 12.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 좁은 공간에서도 자라는 고효율 균류

| SDGs 2. 기아 종식 빠른 생산 주기와 저렴한 가격으로 영양을 채우는 식량자원


*SDGs와 디자인에 대한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보충이 필요하신 분들은 권장합니다~






*이미지 및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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