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거울흑요석색
올해 초부터 가족들과 함께 듀오링고(Duolingo) 앱으로 언어 공부를 하며, 나는 매일 새로운 단계를 넘는다.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흑요석, 다이아몬드~ 까지 갔다가 미끄덩미끄덩~
공부하기 위해 하는 거라고 하지만 그 승부욕을 어찌할 수 없다.
하다가도 지겨워 점수 쉽게 올리는 법을 연구하고 있네... 아이고~~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구나... 흑.
요즘 들어 유난히... 오늘 글을 썼냐고 체크하는 아이들~
그러면서 자꾸 하나씩 과제를 준다. 생각보다 이제 320개의 글이 넘어가다 보니
말한 것 중에 벌써 글로 진행된 것들이 제법 있다.
생각이 통했다는 느낌에 마냥 신기할 뿐..
게임의 단계는 왜 보석일까 궁금해하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름은 ‘Obsidian’, 흑요석 단계라고 한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지도 않고, 금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 이 암석은
어째서 이토록 단단하고 깊은 이름으로 남았을까?
그 궁금증에서 오늘의 글이 시작되었다.
흑요석은 사실 화산이 만든 유리다.
지각 깊은 곳에서 분출된 점성이 높은 용암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형성된 이 압출성형 화성암은
다른 암석들과 달리, 유리질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겉보기엔 연골이 부러진 듯한 날카로운 단면과
유리처럼 번들거리는 광택이 특징이다.
보통은 검정 또는 회색-검정이지만,
그 속을 더 들여다보면 놀라울 만큼 다양한 색을 품고 있다.
적색, 갈색-녹색, 초록빛, 노란색,
심지어 아주 드물게는 투명한 무색도 존재한다.
이 모든 색은 흑요석 속에 들어 있는 미량 원소와
형성 당시의 화산 활동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손에 쥔 흑요석 표본 하나만 봐도,
검정과 갈색이 조합된 오묘한 색의 층이 겹겹이 녹아 있다.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흑요석은
자연이 만든 완벽한 흡수색이다.
색을 뽐내기보다 숨기고, 담고, 받아들인다.
이 점에서 흑요석은 우리 삶의 어두운 순간들을 닮았다.
넘치지 않고,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버티는 힘.
그렇기에 고대인들은 흑요석을 무기로, 거울로, 장신구로 사용하며
보이지 않는 힘과 감정을 담아내려 했다.
검고 조용한 이 돌은,
속도전의 시대 속에서 멈추고 들여다보는 힘,
내면을 직시하는 용기를 상징한다.
지금 우리가 가장 놓치기 쉬운 색은,
어쩌면 흑요석처럼 침묵 속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우리 삶의 어두운 순간들을 보관하는 것처럼...
*이미지 및 참고자료*
+ 박영심 디자인씽커 _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 SDGs 목표 3. 정신 건강과 웰빙
| SDGs 목표 10. 불평등 감소
| SDGGs 목표 12.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
*SDGs와 디자인에 대한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보충이 필요하신 분들은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