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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러코드 Aug 18. 2024

[감칠맛나] 생각만 해도 참 따뜻해져.

부산기억기장미역색


이상하게도 "미역국"하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특히, 두 어머니.

출산 후, 최고 좋은 미역을 사주시고, 끓여주시고, 나는 맛있게 먹기만 하고.

그들도 똑같은 위치에서 분명 살아오셨을 텐데, 쉽지 않은 뒷바라지가 끝나지 않는다.


"네가 엄마 되고, 니랑 똑같은 애를 낳아봐야 알지, "라는 말을 들었었다.

나도 이제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게 '엄마의 세계다."


이상하게 아빠들은 모를 것 같은, 엄마라는 여자들의 세계.

눈물의 '미역국'에서 시작된다.


편식을 하지 않는 나는 어릴 때 자라온 환경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

모두 철저한 훈련으로 단련된 것이다.

조금은 엄하지만, 그 교육이 절대적으로 "옳은" 교육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다시 깨닫는 요즘

'나는 왜 지혜롭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시집을 보내면 조금 편할 줄 알았던 엄마의 계획은 틀렸다.

아이들을 봐줘야 하고, 반찬까지 해줘야 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딸 낳은 죄다.


오늘 반찬은 미역국, 멸치볶음, 주꾸미를 파로 돌돌말이, 초장 등 도시락 싸듯이 매일의 숙제처럼

미안하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냉장고에 정리한다.

늘 미역국만 보면 생일 때 먹는 국, 몸풀기 위해 먹는 음식, 질리지 않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오늘은 여름이기 때문에 소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

출산 후 토할 정도로 미역국을 먹었었다. 모두들 남기고, 먹고 싶은 만큼만 먹던데,

나는 어릴 적 훈련으로 절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2주 동안 미역국을 드링킹 했다.

회복에 좋은 영양소로 피도 맑아진다는 소리에 절대 남길 수가 없었다.


그 기억 속에 미역은 바로 기장미역이다.


기장 미역은 얇고 부드럽고, 끓이면 색이 더 선명해지고 맛이좋다. 특유의 감칠맛으로 국내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명절 때 선물로도 일품이다.


해양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는 수백 년 전부터 미역을 채취하여 무역에까지 활용해 왔다.

부산 기장 또한 마찬가지로 기장 미역은 조선 시대 궁중 음식에도 사용될 만큼 품질이 뛰어났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미역 관련 기록이 남아있고, 기장 미역이 진상품으로 지정되어 왕실에 공급된 바 있다고 들었다.


미역은 겨울철에 수확하여 자연 건조를 통해 4계절 내내 먹는다.

겨울철에 채취한 미역은 색이 더 진하고, 봄철에 채취한 미역은 색이 옅은 경향이 있다.

건조방식, 수질조건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바다의 수질, 특히 염도와 온도에 따라 미역의 색상에 영향을 미친다. 염도가 높고 물이 차가운 지역에서 자란 미역은 더 진하고 선명하다.


클로로필(Chlorophyll)이 초록색을 띠는 주된 이유인데 광합성을 통해 햇빛을 흡수하여 에너지를 생성할 때 녹색을 띤다. 클로로필 외에도 카로디노이드라(Carotenoids)는 색소도 함께 존재하는데 광합성을 잘하지 못한 미역이 노란색이나 오렌지빛을 띠는 이유이다.  

퓨코잔틴(Fucoxanthin)은 갈색을 띠는 해조류, 특히 갈조류인 미역에서 중요한 색소이다. 미역이 갈색이나 올리브 색을 띠도록 만든다.


오, 그러고 보니 "부산기억기장미역색"이 올리브색을 띠는 것 같다.

마른미역색이 아니라 끓여서 말랑말랑 부드러운 미역색을 표현했다. 왠지 건조한 미역은 잠자거나 죽은 미역처럼 보이고, 물에 넣어 끓여서 불은 미역은 꼭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래서 끓여서 불은 미역색이다.


생으로 사용할 때 조리를 했을 때 건조했을 때 모두 다 다른 색들 띤다.

미역 색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다. 굳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미역은 초록색이나 갈색을 띠지만, 끓이거나 불리면 클로로필이 더욱 활성화되어 선명한 초록색으로 변한다. 말리면 거의 검은색에 가깝게 색이 짙어지고, 물에 불리면 다시 밝은 색으로 돌아온다.

부산 기장 미역의 특징이 있다. 미역을 재배하시는 분들, 물질하시는 분들은 색만 봐도 딱~ 안다.


부산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 중에 추천하라면 난 미역국도 추천할 것이다.

생일, 출산 후, 수술회복 시, 제사음식, 전통행사 등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니 말이다.


이런 역사와 전통으로 올해 4월에 "제11회 기장 미역 다시마 축제"를 5년 만에 개최하였다. 코로나로 중단되다 다시 축제를 했다. 따스한 봄날에 명품 미역, 다시마의 진가를 체험하고 즐기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특산물 판매도 적극적으로 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나는 집에 예전 부잣집에만 있었다는 '식량 창고'가 있었으면좋겠다고 생각했다. 아파트에는 왜 없는 걸까.

베란다에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런 건조식품, 쌀 등 다양한 가공식품들을 쌓아두고 싶은

라떼 같은 발상을 한번 해본다.


욕심이 별로 없는 내가 미역 얘기를 하니 잘 살고 싶은가 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조개, 소고기, 가자미 등 어떤 걸 넣어도 다 어울리는 영양 만점.

정말 바다를 내 입안에 넣는 것만 같은 기분이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미역국을 끓이면 되는데,, 시부모님 생신 때에는 '오복미역'에서 미역국을 사다 드린다.

정성도 좋지만 맛이 없으면 정성도 칭찬받지 못할까 봐,,,

부산 오시는 분들은 오복미역에서 한 끼는 해야 한다. 추천해요~

친정 엄마 아빠도 잘 챙겨드려야 하는데... 생일이 아니라도 오복미역에서 외식 한번 해야겠다.


그 감칠맛.

아무나 낼 수 없겠지만,

조금은 진지한, 두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미역국을 보면 늘마음에 눈물이 맺힌다.

눈물이 맺혀도 부드러운 미역은 는치도 없이 목구멍에 잘도 넘어간다.


우리를 돌봐주신 만큼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즐기는 인생을 사셨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이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까.


미역을 빌미 삼아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특유의 감칠맛을 낼 수 있을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벌써 50일째 컬러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생각만 해도 마음 한편이 참 따뜻해진다.


이 컬러이야기가 나의 감칠맛의 일부가 되길 바라며,


오늘, 당신은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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