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세이#사진
어제부터 내 기분은 영 아니었다. 사실 얜 별 잘못이 없는데, 모든 게 다 이 아이 때문인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고, 지금도 쉬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사실 어제 모든 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단지 다시 시간이 좀 더 필요해졌을 뿐이지. 시간 싸움이긴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본디 기다리지 못하고 빠른 결론을 내는 내 성격 문제로 모든 게 폭발했다. 어제 난 정말 내 아이가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됐다. 내가 문제다. 그러나 허접한 인간상의 표본인 난 그 문제를 아이에게 떠넘겼고, 말은 잘 못해도 다 알아듣는 아이에게 욕만 안 했을 뿐이지 별 소리를 다했다. 내 이런 모든 말 안에 아이가 내게 한 말은 오직 자기와 놀아달라는 것 뿐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난 뱉어야만 했으니, 물론 그게 아이를 향해서는 하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쇳덩이 같다. 때로는 내 앞에 있어 날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고, 때로는 내 뒤에 있어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된다. 지금까지의 것들을 보면 아직 아이는 내게 쇳덩이다. 언젠간 나아지겠지.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으로 푸는 나는, 아점으로 캡사이신을 푼 라면과 맥주 한 캔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만 있으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밖에 나온 아이는 역시나 좋아라 하고, 제법 자라 내 손을 잡아 끌기도 한다. 원래는 절대 손을 잡지 않고 가던 독자적인 아이었다. (어쩌면 불안감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 낮잠도 못 자고 놀던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거실에서 잠들었고, 난 방에 들어와 누워있다.
다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지만 정말 모르겠다. 답 없는 생이지만 어느 정도의 풀이도 보이지 않는다. 갑갑하다. 나쁜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는다. 어쩌면 최선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