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상#에세이
꽤 잘 지내는 요즘이다. 나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드니, 스무 시간이 넘는 하루를 버티기가 괜찮다.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지는 않았지만, 전(불과 며칠 전이다)에 비해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되었는지 덜 우울한 하루들을 걷고 있다.
퇴근 후 맞은 찬 바람이 가을을 지나 겨울의 향을 품고 있었다. "이젠 외투를 꼭 챙겨입어야겠어. "라고 중얼거렸다.
괜찮은 하루들을 보내는 것에 비해 시간은 더디게 간다. 그 느림이 버겁기는 하지만, 물리적인 흐름은 늘 똑같기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귓가에는 뮤즈의 음악이 흐르고, 창밖으론 서울을 가른 한강의 고즈넉함이 새어들어 온다. 밤이다. 하루가 곧 끝난다. 주말이라 덜하지만, 결코 여유롭지는 않은 지하철의 한 구석에 몸을 기대어 서있다. 등에 닿는 차가운 지하철 내벽의 느낌이 썩 괜찮다. 철로를 따라 흔들리며 번갈아 닿는 견갑골과 딱딱한 찬 벽의 마주침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말라야 한다. 뼈가 도드라지는 몸을 갖고 싶다.
생각해보면, 친구가 시카고로 간지 아직 한달이 갓 넘었고, 이직한 지는 한달도 되지 않았다. 어제부로 완벽한 싱글이 되었고, 곧 다음 달은 사랑하는 나의 'More'가 만 두 살을 맞이한다. 바쁜 걸음에 비해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아직 난 스물 일곱이고, 만으로는 스물 다섯이다. 난 프랑스에 갈 것이고, 그림을 그릴 것이며, 기타를 치며 글을 쓸 것이다. 바다가 보이면 좋겠고, 오로라를 보고 싶다. 오, 로라! 아름다운 빛, 밤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