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일기 #에세이 #글 #일상 #셀프귀뚫기

by 공영

귀를 뚫었다. 피어싱 혹은 귀걸이가 정말 많은 이들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편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깨나 뚫려있었는데, 무슨 마음에선지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귀가 뚫고 싶어 뚫었다. 내 손으로.


우두둑.


자르지 않아 뾰족하진 않았던 귀걸이로 그냥 우겨 넣다싶이 뚫었다. 처음으로 스스로 귀릉 뚫는지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길이 제대로 났는지 하나도 모른채 그냥 뚫었다. 몇 년 전 동생이 홀로 귀를 뚫는 모습만 상기하면서.


구멍을 내기 전 조금 힘을 주어 꾹 눌러보니 조금 아팠다. 하지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0.1초 그런 생각을 했나, 그냥 뚫자 이런 다짐도 없이 그냥 뚫었다. 우두둑하는 살이 뚫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귀는 후끈 달아 올랐다. 여전히 얼얼하다. 우두둑 소리가 나면 다 된 줄 알았는데, 살의 껍데기가 생각보다 질겼다. 그 얇은 피같은 껍데기를 뚫는데 처음 귀걸이를 우겨 넣을 때보다 더 오래걸렸다. 아프지도 않았다. 힘 조절을 잘못해서 손가락이 뚫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만 짧게 스쳤갔다.


살 부분은 이미 피어싱들이 차지해 내가 스스로 뚫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귀가 되었다. 연골은 아무래도 셀프로 하기엔 무섭다. 이미 몇번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만 샵에 가는 게 훨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이 산 달이 뜨겁게 부푼 귀에서 반짝인다. 반짝이는 달과는 어울리지 않는 붉은 살이다. 내 일곱째 귀걸이. 당분간 귀를 뚫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겠다.


아프긴 했지만 그리 아프지 않았고, 아픔보단 뜨거움이 더 진하다. 이정도면 할만하다. 내 2017년도 딱 이정도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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