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일상#글#에세이#수필
나는 무언가를 모으는 걸 병적으로 하는데, 그 중 메신저 내용 캡쳐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의 대화 중 기분이 좋은 부분은 캡쳐를 해서 저장을 하는데, 오늘 문득 전남편과의 카톡 대화들이 생각났고, 그래서 잠들어 있는 외장하드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관련된 사진과 대화를 지우는 데만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것도 하다가 지쳐 중간에 그냥 통으로 지워버려서 두시간 걸린 것이다. 아, 한번도 이런 무언가를 병적으로 모으는 나를 싫어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짜증이 나더라.
겸사겸사 지난 내 청춘의 시간들도 흘려보았다. 더는 저릿한 마음도 들지 않는 지난 날들. 그립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지난 시간들을 보아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나와는 관련없는 이미지를 보는 듯한 느낌만 들뿐이다. 참, 이상하지. 그 시간들과 관련된 것들을 단 한 장만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시간들도 있었는데, 이젠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니.
반짝반짝 빛나던 과거라고 생각했고, 늘 그리웠는데, (여기까지 쓰고 키보드 잘못 눌러 창이 닫혔다. 다행스럽게도 임시저장이 되어있었다. 다시 쓰기 귀찮아서 버릴뻔한 일기다.) 더는 그립지 않다. 그냥 내일은 뭘 할까. (내일도 휴무! 오늘도 휴무!) 이번 달엔 얼마 저축을 할까. 6월에 동생이 오는데 빨리 왔음 좋겠다. 여름 휴가엔 뭘 해야지. 뭐, 이런 생각들만 한다. 지난 날들을 생각하지 않은 지 꽤 된 것같다.
전 남편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지우면 지난 모든 사진을 다른 곳에 백업하려고 했는데,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과거에만 살았었는데, 난 이제 더이상 과거에 있지 않은가보다. 그림 그리고 자려고 했는데, 세시가 다 되어간다. 아. 로또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