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림 #미완 #에세이
며칠 전 친구가 누구의 그림을 보고 내 그림이 생각났다며 자신을 그려달라고 했었다. 그 후로 틈틈이 그의 얼굴을 그리려 노력을 해 봤는데, 영 쉽지 않았다. 버린 종이만 열 장은 넘을 것이다. 다시금 불면의 밤을 보내는 며칠, 잠이 오지 않아 베개를 깔고 엎드려 그의 얼굴을 다시 그려보았다. 그렸다 지웠다를 수 번, 결국엔 미완의 얼굴로 남았다. 그는. 열 일곱 해를 알고 지낸 사람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얼굴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 그는 생각보다 소년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눈매는 견고했으며, 눈동자는 공허했다. 그는 생각보다 문학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앙 다문 입의 꼬리는 예뻤다. 내가 그간 알고 지낸 얼굴과 들여다본 얼굴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니 결국 종이 위의 선들이 엉키고 말았다. 이전엔 얼굴이 그려지지 않았을 때, 그 얼굴에 특징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을 기점으로 그 생각을 정정해야겠다. 내가 보지 못 한 것이다. 그 얼굴을. 모든 얼굴은 특별하다. 그의 얼굴도 특별하다. 내가 그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아마 앞으로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조만간 미완의 얼굴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