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더 넓은 세상을 걷기를

#글#일상#에세이#일기#아들#엄마

by 공영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와 같이 지내다보면 여러가지 아이러니한 부분들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대부분 나와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어린 아이의 시간은 더디게 가는데 그 안에서의 성장은 굉장히 빠르다. 나는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 있고, 성장은 무슨, 퇴화되지 않으면 다행이라지.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점점 자라고, 더 많은 세상을 알게 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이 더 좁게만 느껴진다고. 되려 아는 것이라곤 고작 몇 걸음 걸었던 동네가 전부였던 어린 아이 시절에 느꼈던 세상이 더 넓고 컸다고.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가끔 잠에 든 아이를 보면 문득 많이 컸다라고 느껴지는 때가 있다. 고작 태어난지 600일도 되지 않은 아이인데 말이다.

이 아이에게 하루는 정말 긴 시간이고, 그 아이는 그 시간을 열심히 성장하며 쉬지 않고 보내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휴무인 날 아이와 놀다보면 쉬이 체감할 수 있다. 정말 열심히 사는 구나. 세상의 모든 게 다 신기하구나.


그러다 내 십대의 시절이 생각날 때가 있다. (뭐 오십이 되어 지금의 나를 떠올리면서도 지금과 비슷한 생각을 할테지만) 그때는 참, 꿈도 컸고, 패기도 있었지. 현실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던 반항아적인 내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인터넷으로 최저가 검색을 하고, 돈 천원에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론 절약을 하는 게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세상에 결국은 무릎을 꿇고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세상을 작아졌고, 좁아졌다. 부정하고 싶지만 쪽팔림을 무릅쓰고 인정한다. 나는 큰 인간이 되지 못했고, 별 거 아닌 과거의 영광에도 좀 젖어 있으며, 점점 더 좁은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내 아이에게는, 지금 넓고 큰 세상을 걸어가는 내 아이에겐, 계속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내 아이의 꿈이 작아지지 않게, 과거가 아닌 현재에 젖어 있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내 아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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