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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영 Jun 04. 2023

일기

평범하게만 살고 싶다. 큰 사건 사고 없이, 누구나 겪는 흔한 힘듦과 누구든 이겨낼 수 있는 흔한 실패 정도의 삶을 살고 싶다.


누구보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는데, 왜 내 삶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을까. 꾸역꾸역 잡은 생명줄이 이렇게 길게 이어져올지 몰랐다. 백세시대, 오랜 생을 산 사람들이 보기엔 한낱 어린아이일 테지만, 내가 정해둔 오십 년의 생을 본다면, 이미 생의 6할 이상을 살았다.


며칠 전 오래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십 대를 아는 몇 없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 생각을 해보니, 어쩌면 나는 그때에도 평범한 삶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 이상의 바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의 이십 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삼십 대…


난 마음이 가는 대로 갔을 뿐인데, 왜. 내 선택들은 쉽지 않았을까. 언제가 되어야 조금은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을까. 영원히 깨지 않을 잠을 자고 싶다. 인생이 굉장히 무겁고, 버겁고, 피곤하다. 때때로 즐거움도 있기는 하나, 내 몸에 난 생채기를 덮기엔 작디작은 반창고에 불과하다.


요즘 광광 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른이 될수록 우는 게 쉽지 않다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쉽게 눈물이 나지도, 쉽게 웃음이 나지도 않는다. 일이 바쁘다 보니, 나를 안을 시간이 줄어들어 좀 더 피로한 부분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생각이 좀 많지 않았다면, 행복의 역치가 낮았다면. 내 인생이 조금만 더 흔한 인생이었다면. 고통이 자의식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보통의 사람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었더라면. 특별하지 않은 인생이지만, 좀 더 쉬운 선택들을 했더라면. 그때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고, 그때 긋지 않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삶을 조금만 쉽게 포기할 줄 알았더라면. 희망의 끈을 놓을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잘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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