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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불고기버거

#에세이#일기#글#일상#부모님

by 공영

어제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부모님의 말에 야밤에 롯데리아에 전화를 해 한우 불고기 버거 세트 두개를 시켰다. 삼십분 후 커다란 버거 세트가 두개 우리 집에 도착했다.


난 속으로 대충 만든 듯한 버거를 보고 '아, 엄마 아빠가 한 소리 하겠는데, 이런 걸 무슨 8000원씩이나 주고 먹냐고'라고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부모님의 반응은 "야, 이게 되게 맛있네, 세일하는 작은 버거만 먹어봤는데, 다르네."였다.


놀랐다. 그리고 난 정말 여전히 좋은 자식이 아니구나 생각을 했다. 버거 하나에 불효를 느끼다니 내가 얼마나 한심한 딸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 입에 쑤셔넣을 줄은 알면서 부모님 한 입 드리지 못했던 시간들.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다시 부모님께 짐을 안겨드린 꼴이 되었으니.


열심히 살아 내 아들과 많은 걸 해보겠다 생각만 했는데, 제 입에 맛난 음식 넣지 않고 자식들에게 넣어 준 나의 부모님을 절대 잊지말자 가슴에 새긴 어제였다. 고작 햄버거 하나에.


다음 주에는 서브웨이를 포장해서 집에 오기로 했다. 아버지가 서브웨이가 맛있어 보인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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