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글 #에세이 #이월
나는 엄마다. 엄마가 된 지는 연차로는 3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를 만나 커피를 한 잔 하던가, 술을 한 잔 기울이게 되면 그땐, 정말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여전히 이십 대고 변한 건 하나도 없는데, 모든 게 달라졌다.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내가 딸이었을 때에는 나의 엄마가 무엇을 포기하고 살고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엄마라는 사람은 엄마라는 이유로 모든 게 당연했다. 학생 시절, 엄마는 당연히 나를 깨워주는 사람이었고, 당연히 빨래와 청소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요리도, 설거지도, 기타 등등 집안의 모든 일은 엄마가 하는 게 당연했다. 딱히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왔던 건 아니었지만, 그랬었다. 학생 시절부터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난 그 모든 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다. 심지어 엄마가 된 지금의 나는 전처럼 그 모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여전히 그 모든 걸 당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이른 나이 엄마가 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 결혼과 출산의 평균적인 나이로 따져봤을 때, 나는 조금은 일찍 엄마가 되었다. 사실 나이는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난 아직도 미성숙한 상태인데, 엄마가 되어버렸다. 이게 맞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부딪히고 만다. 엄마의 나와, 나로서의 내가.
난 여전히 내 삶을 살고 싶다. 자유롭게 즐기면서. 그러나 내가 엄마이기에, 책임을 져야할 나의 아이가 있기에 제동이 걸리고 만다. 그래, 맞다. 사실을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하는 게 엄마로서의 내가 마땅히 해야할 부분이다. 그런데 자꾸만 내가 내 삶을 표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생각했던 내 인생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는데, 나는 좀더... 내 삶을 놓고 싶지가 않다. 아이때문에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어린시절부터 보았던 나의 엄마의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은데.
나는 나의 엄마가 어리석어서 당신의 삶을 포기하고 어리석게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모습으로 당신의 생을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엄마가 되어 들여다본 엄마의 삶은 그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엄마가 어리석고 멍청해 당신의 삶을 그렇게 살았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좀 더 나은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것, 가끔 내가 보았던 싫어했던 엄마의 위선적인 모습은 이런 삶 속에서 그나마 엄마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던 유일한 행동이었다는 걸, 내가 아이의 엄마가 된 지 3년, 딸로서 당신 아래 산 지 스물 일곱 해가 되던 해에 겨우 알게 되었다. 나는 못나고 못된 딸이었고, 여전히 그렇다.
내가 이제 겨우 이렇게 엄마의 삶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한들, 난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여전히 철이 없는 그냥 엄마의 딸이고, 모든 투정과 불만을 엄마에게만 부릴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아들 또한 내게 그러하겠지. 나의 엄마의 가슴이 찢어지고 멍이 들고, 더는 내가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을 수 없게 되는 그날, 내 아이가 내게 그럴 것이고 그날이 되어서야 나는 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