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생각을 적어봅니다.
1. 이상한 꿈
어떤 여인이 어떤 가게에 들어가 값비싼 물건을 사가는 것을 보았다. (그 어떤 여인과 물건은 잠재되어있는 나의 욕망이 아닐까) 쇼윈도에 있던 그 물건은 그 여인이 급하게 사가버리고, 나는 사지도 못할 거면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 후 Y와 나는 그 가게에 들어가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그곳은 아주 오래된 어떤 귀한 물건들을 취급하는 가게 같았는데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들 마저 신비롭게 느껴졌다. 책장들이 빽빽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거대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라고 가게 주인이 설명했다. Y와 나는 마실 것을 시켜 창가 쪽에 앉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그러다 가게 뒤쪽으로 가면 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해서 무언가를 더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가게 뒤쪽으로 걸어갔다. 정말 파도가 치는 바다가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는 배에 어느새 올라타 있었다. 파도는 우리를 삼킬 것처럼 넘실댔는데 꼭 생크림처럼 부드러웠고 큰 움직임에도 멀미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을 봤는데 오후 5시였고 오후 6시에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아서 우리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아,라고 말했지만 배를 멈출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결혼식이 꼭 저녁을 먹어야 하는 일처럼 느껴졌는데 상대가 누군지 그 행사 자체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2.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3
인생무상 / 새옹지마 / 안빈낙도
3. M은 나를, 나를 M을 어떻게 생각할까?
춥거나 외롭거나 배고플 때만 찾는 상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4. 근황
한 달 정도 꽤 아팠다. 그래서 얼굴에만 살이 쪽 빠졌다가 지인들의 '얼굴살이 너무 빠져서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없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최근 몇 주간 열심히 먹었다. 많이 이것저것 먹었다. 식욕은 딱히 없지만.. 그렇게 하고 나니 다시 얼굴 살이 다시 차오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니 이젠 제발 얼굴에 살이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월이 이렇게 가는데도 전혀 어른스러워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숫자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올해만 여럿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고, 유독 어른스럽게 잘 성장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녀를 보면 나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참 씩씩하고 책임감 있고, 멋진 여자, 와이프, 숙모, 며느리 역할을 소화 중이다. 닮고 싶지 않은 커플도 많다. 그리고 정리하고 싶은 인간관계를 발견하기도 했다. 정이 없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겉치레 가득한 인간관계는 그만두어도 좋겠다.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마음이 없고 있고는 느낄 수 있다.
올해도 짧지만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는 아니었다. 추웠고, 아팠다. 하지만 당연히 물론 행복했고, 즐거웠고, 또 영영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더 늦지 않게 사진 일기를 써야지) 하루하루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감정도 여러 번 뒤바뀐다. 그리고... 느낀 것은 무언가 단편적이다. 냉정하고 무의미하거나 무감각한 순간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굳이 곰곰이 떠올리지 않으면 뭉개지고 흐려져서 모두 희미해지고 만다. 기억력의 한계를 처절하게 느끼는 중이다. 여러 번 통장을 들여다 보고, 카드 사용 내역을 보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내 부질없다고 잊어버리기로 한다. 세상에는 실재하지 않는 히어로들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어떤 재능이 있다면 좋겠다.
내가 아는 C는 여행 중이다. 외국 낯선 땅을 아주 자유롭고 기약 없이 내가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실은 부러워 죽겠지만 대리만족이 되기도 한다. 나는 정착 중이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고, 감사하고 있다. 글은 이렇게 맘먹고 쓰는 것조차 어렵고, 사진도 필터 앱 아니면 딱히 찍을 욕구도 생기지 않는다. 사진이 글이 정보들이 데이터들이 상품들이 모두 너무 포화인 것 같다. 모두 1시간씩만 돌멩이로 변하면 좋겠다. 매일 잠깐 멈추어졌으면 좋겠다. 숫자를 아무리 적어봐도 터무니없이 적게 느껴진다. 일은 필요하고 계속해서 해야 하는데도 방향도 잘 못 잡겠고, 심지어 예쁘지도 않은 쓰레기들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같은 반복이 계속 계속 또 반복되면 나는 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까? 들판에 매달린 고기라고? 결론은 이렇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고 생각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짧은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이라서 그저 감사하고, 욕망을 제어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살아야 덜 아프다는 것. 그리고 정말로 아프지는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