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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Nov 09. 2017

픽션들

조용한 나날들

12-11-13 22:35

Jorge Luis Borges                                                                                                                                            

때로는 삶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진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내가 정말 원하던 곳에 꿈같이 달려가서 그것도 홀로 온몸을 던져 느꼈음에도
나는 지금 생각해보지만 내가 정말로 그 과거를 경험했던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다.


볼테르는 깡디드라는 소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불안의 경련 속에서 살든가, 아니면 권태의 마비 상태에서 살아가도록 태어났다.'라고

두 개의 극. 어쩌면 정말로 이 두 가지가 인간의 삶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삶을 사랑한다 해도 매일매일 모든 날들을 사랑할 수는 없다.

시무룩한 날들도 있고 짜증 나고 서러워 눈물을 흘리는 날들도 있다.

너무 행복해서 그 순간에 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날들도 있다.

질식할 것 같은, 매일매일이 어제와 똑같은 날들이어서 자신이 마치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 같은 느낌이 드는 날들도 있다. 그 모든 날들이 우리의 삶을 이룬다.




오늘은 시간이 좀 남아서 메일함,

이야기라는 폴더를 정리하면서 지나쳐온 대화들을 읽었다.

그 기록들은 내게 세월의 흐름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계속 살고 있는 또 하나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오직 그사람과 나만이 나눌 수 있는 대화들을 보니, 오히려 웃음이 나왔고 점심을 먹으면서 동료와 혹시라도 먼저 떠날 경우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보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매번 생각하지만 삶은 내일이라도 끝장날 수 있고, 하염없이 긴 시간들을 오래오래 씩씩하게 잘 보낼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채로. 오늘의 달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별 큰 생각 없이 살자고 또 되뇐다. 그냥 웃는 것이 웃을 일이고, 최대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기

갑자기 추억들을 끄집어보니, 불필요한 감성들이 몰린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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