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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Nov 29. 2017

사실들

기록

1.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연봉에는 부족하지 않을 만큼 일을 해주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살아가고, 앞으로 누군가와 결혼을 해서 먹고 지내기에는 빠듯한 금액이지만 불평은 내 정신 건강에만 좋지 않으므로 생략.

퇴근 후 잠들기까지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4시간 30 정도, 그 시간들을 잘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해본다.

물론 보통 집 청소 청소 운동 정리 식사 설거지 청소 정리 샤워 이렇게 끝나지만.


2. 올해 들어 바뀐 게 있다면

라떼 < 아메리카노

하지만 아인슈페너는 아낀다.


3. 책

을 여러 권 주문했다. 아주 오랜만에.. 안 읽는 것들은 팔아버리고 몇 권은 선물할 예정이다.

자주 생각들이 너무 늘어나서 글을 적으며 풀어야지 했는데 매번 생각으로만 끝나버리고 만다.

실제로 노트를 펴고 글씨를 적어 내려가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4. 꿈

동물병원 같은 곳에 M을 보내버리는 것에 동의한 후, 나는 후회하며 그녀를 다시 되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마치 아주 소중한 보물을 도난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 나는 아늑한 영화관에 갔는데 스크린에서 비가 오면 동시에 실제처럼 비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스크린에는 무성의 지브리표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다. 동물병원 관계자는 내게 M에게 자기들이 쏟아부은 말도 안 되는 경비를 보여주며 곁들여 몇 가지 이유들을 댔다. 마치 그녀를 되찾을 수 없을 것처럼 단호했고 나는 오열했다.


5. 연말

이라서 확실히 약속이 늘어난다. 하루 종일 볼 드라마도 전편 다운로드해놓고, 트리는 없지만 노란빛 전구도 샀다. 러그도 깔아 두고, 담요도 꺼내 널어두었다. 전기장판을 매일 켜는데, 전류가 내 몸에서 계속해서 흐르다가 무언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어이없는 상상도 해보고. 빨리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다는 친구들과의 채팅방에서 나는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나는 여전히 나를 닮을 아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냥.


6. 통화

별일 없는 것이 가장 감사한 거야,라고 그녀는 말했는데 별일 없지?라는 물음에 응 별일이 없네,라고 하는 답을 할 수 있을 때, 그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인식했을 때는 이미 우울함에 한 발을 디딘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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