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
서른 살에 대해서, 누군가 쓴 글을 읽었다. 공감도 되고, 고개도 끄덕여졌다. 그리고 슬픔은 계속되었다.
나도 서른이 갖춰야 할 말도 안 되는 기준들에 맞추지 못해 좌절하고 있었고, 서른이 넘어가면서 내 생명의 불꽃은 점점 꺼져가는 것 같이 느껴왔다. 한편으로는 적당히 원하던 것을 모두 해결했으므로 이쯤에서 나의 인생은 종료가 되었으면 좋겠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퇴사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죽음 타령을 하는 내게 그는 결재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언제부터 이런 마음이 계속되었는지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서른이 이미 훌쩍 지났음에도 이 정도의 급여를 받고, 이런 일을 하며, 하루의 80%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우리가 내일도 살아있을 거라고 아주 조금도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왜 이렇게, 그 중요하다는 현재를 이런 식으로 보내야만 하는지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의 든든한 나무였던 한 인간이 41년 하고 몇 개월 더 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얼마 전에 심장에 기계를 박고 이제야 조금 괜찮아진 할머니가 이번에는 머리에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인간들은 모두 죽음을 향해 가고 있고, 하루하루 그곳에 더욱 가까워진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노화된 신체의 기능들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아픈 것들을 지나서. 나는 할머니가 병원에서 아프고 아프다 돌아가시게 될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머지않아 순서 없이 하나씩 아프고 죽어갈 것이다. 나는 내가 가장 빨리 그곳에 닿았으면 좋겠다. 이기적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먼저 사라졌으면 좋겠다. 나는 죽음과 동시에 모든 생각과 감정과 고통들은 멈춘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살아갈 날은 많고, 당연히 좋은 일들도 많을 것이고, 이런 쓸데없는 걱정들은 그때 가서 하면 되고, 그때 가서 슬프면 되겠지만 나는 더 이상 미래를 기다리고 싶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죽지 않기 위해 글을 적었다. 생각들은 교차되고 부서지는 것을 반복하다 금세 날아가버리고, 이어 멍해진다.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아무에게도 슬픔을 남기지 않고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볏짚을 묶어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빌어 '나'를 하나 만들어버리고, 지금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