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말하는 음식과 인생의 공통적 상관관계
독서주방이라는 책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필자 본인은 사실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음식을 맛보며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하는 것은 즐기지 못한다. 즐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즐긴다. 왜냐하면, 남들과 다른 요리 사고 방식을 선천적으로 타고 났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들어가는 속 재료인 오이를 남다른 방법으로 썬다거나, 짜장밥에 들어갈 어묵을 얇게 썰어 넣어 주변인들을 놀라게 했던 경험들 등등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음식의 맛이 맛없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만드는 과정이나 모양새가 영 새롭고 어찌 보면 괴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요리 실력 덕분에(?) 평소 음식을 먹거나 맛집을 찾아 새로운 맛을 탐구하는 정도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 또 그러한 관심은 최근 요리 잡지나 요리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 혹은 음식과 관련된 칼럼들을 찾아 읽게 만들었다. 그러다 이 ‘독서주방’이라는 책을 좋은 기회로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웨스틴조선호텔서울의 총주방자인 유재덕 씨이며 그만큼 그의 다채로운 음식과 요리와의 인연, 경험들을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요리사인 그의 인생 철학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더 흥미롭게 느낀 사실은, 훌륭한 요리사들은 요리라는 본인들의 일을 통해서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상적인 질문을 향해 구체적인 답을 던진다는 것이다. 그 답은 정해져있지 않고 개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저자 역시 굉장히 다양한 음식과 요리에 관한 지식, 경험들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동시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각 일화로부터 얻었던 혹은 느꼈던 무엇인가를 인생과 연결시킨다. 그러한 모습은 바로 첫 장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고추라는 식재료와 인생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누군가 이렇게 질문하면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였다면 이런 엉뚱한 질문을 향해 어떻게든 창의적인 답변을 하려고 머리를 쥐어짜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고추라는 식재료의 쓰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의 저자는 고추라는 재료가 적당해야만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적당한 게 좋다지만- 음식의 맛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훌륭한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고추와 연결 지어 이야기한다. 그 부분은 책의 초반에 나와 있는데, 최근 시험기간을 맞이해 자괴감에 둘러싸여 지내던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었다. 덕분에 더 기억에 깊게 남는 듯하다.
이후 책장이 넘어갈수록 저자의 인생관은 더 짙어진다. 이 책을 읽을수록, 한 권의 철학서적 같기도 했다. 요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철학책. 요리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저자 덕분에 철학들이 좀 더 맛있고 다채롭게 느껴졌다. 가끔은 입에 침이 고이기도 했다.
그리고 새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지점은, 인류가 ‘음식’이라는 일종의 아주 오래된 문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발자취와 역사를 남겼는가였다. 음식을 보면 한 나라의 문화와 특징, 그 외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만큼 음식은 인류의 역사와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철학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론은, 훌륭한 요리사는 단순히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문학과 철학에 지식이 상당히 풍부하거나 혹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남다른 사람이겠구나 하는 결론까지 이르렀다.
다소 지루하거나 혹은 어려울 때도 있는 보통의 철학 서적이 아닌, 음식과 결합하여 인생을 말하는, 맛있는 철학책이 되어주었던 책 ‘독서주방’을 다 읽고 나니 허기가 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엉뚱한 요리라고 평가받는 나의 요리가 어쩌면 바로 내 인생관 혹은 성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거창한 생각을 했다.
출처: 아트인사이트 (www.artinsight.co.kr)
전문출처: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4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