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건 좋다

애착이란

by 게으른 성실

어린 시절 삶이 좀 요동쳤음에도


그 시절 평화롭던 시절이라

주택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소파에 누워 바람 부는 소리 따위를 듣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았다


초등학생일기처럼 참 좋았다는 표현을 쓰는 게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실제로

참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절반쯤 닮은 아들들이

그 시절 나처럼


이불이나 인형을 둘둘 메고

기분 좋아한다


그러면 나도 잠깐

그 시절 그 부들부들하던 그 감각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하다


어릴 적 나는 커다란

가필드얼굴 인형을 사랑했다

푹신한 인형의 미소 속에 파묻히면


참 진짜로

기분이 좋았다


좀 열심히 살면

삶의 요동은 줄어드는 줄 알았더니

속 시끄러운 일들은

매일 더 난도를 높여서 굴러온다


집에 훌훌 돌아오면

오래돼서 솜이 다 죽은 상태로

웃고 있던 가필드 인형이

다시 와주면


기분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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