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가 대체 뭐길래...

좋은 서울삼촌이라는 로망...

by 캉생각

조카들과 고기를 먹으러 왔다. 나름 유명하다는 갈매기살집이었다.

아이들은 무려 돼지고기가 아닌 갈매기살을 먹는다는 소리에 더 들뜬 듯했으나, 이름만 갈매기라는 소리를 듣고 왜 그렇냐고 내게 따져댔다.

"삼촌, 갈매기는 새잖아요. 근데 왜 돼지예요?"

"그건... 생긴 게 갈매기 날개 같아서 그래."

"아니에요, 전혀 안 닮았어요."

남자조카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나도 왜 갈매기살인지 모른다. 그냥 갈매기살은 갈매기살이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간 시간은 이른 저녁이었다. 맛집이라기가 무색하게 손님은 없었고, 술 취한 남녀만 앉아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왜 6시인데 벌써 저 정도로 취해 있는 거지?

"저기요!"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아이들이 테이블에 칩을 펼치자 나온 소리였다. '애들이 시끄럽게 들어온 탓인가?' 순간 움찔했다.

"저기요! 아줌마!"

우리는 당황하며 소리를 지르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얼굴이 새빨간 그녀는 눈이 땡그래져 주방을 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우리를 보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칩을 슬쩍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녀의 성화에 주방 아주머니가 짜증이 난 듯 "왜요!?" 답했다.

"소주 더 달라니까요?"

"소주 방금 드렸잖아요."

"다 마셨다니까요?"

"아니, 준 지 2분도 안 됐는데."

주방 아주머니의 목소리엔 이미 오늘이 처음이 아니라는 피로감이 묻어났다. 그녀는 만취해 있었고, 조카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큰아이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삼촌, 여기 괜찮아요?"

"응... 고기는 맛있대."

내 대답도 확신이 없었다.

"저 아줌마 취했나 봐요."

여자조카가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쉿."

누나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때 누나가 말했다.

"뭐 마실래?"

오랜만에 누나와 한잔할까 했지만, 만취란 무엇인가 보니 소주 맛이 확 떨어졌다.

"그냥 물 마실게."

"나도."

누나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우리의 갈빗살은 아주머니가 직접 구워 주셨다.

"애들이 예뻐서 구워 줄게요."

아이들은 부끄러워했고, 난 걱정이 되었다. 저 구석의 만취한 여성이 본인은 왜 안 구워 주냐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아니라 내 옆에선 아주머니를. 아주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고기를 뒤집었다.


아이들은 고기가 쫄깃쫄깃하다고 했다. 내가 먹어도 고기가 맛있었다. 내가 굽지 않아서인가.

무난하게 고기를 다 먹을 때쯤 후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나는 된장찌개 할게."

누나는 냉면을 시킨다고 했다. 애들은 하나 시켜 둘이 나눠 먹으라고 하는 찰나였다.

"저는 김치찌개요!"

큰아이가 힘차게 외쳤다. 아쉽게도, 메뉴판에는 김치찌개가 없었다.

"도○아, 여긴 김치찌개가 없어. 된장찌개는 있어도."

"아니에요, 있어요."

하며 손가락으로 낙서로 엉망인 식당 벽을 가리켰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벽을 들여다봤다.

전화번호, 별명, 하트, 온갖 낙서 사이로...

-김치찌개-

숨은 보석처럼 김치찌개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아, 진짜 김치찌개가 있네. 그래, 저거 먹어라."

그때 우리말을 언뜻 들으신 아주머니가 말했다.

"김치찌개 저녁때는 안 해요! 점심 메뉴예요."

아이의 표정이 구겨졌다. 눈이 촉촉해지는 게 보였다.

"난 김치찌개 먹고 싶은데…."

고기 다 잘 먹고 공연히 기분이 상할까 걱정이 되었다.

"삼촌이 내일 점심으로 김치찌개 사 줄게."

마음만 먹었었지만, 진짜로 정말 무조건 김치찌개를 사 줘야겠다 싶었다.

그들의 서울 마지막 점심이 확정된 것이다.


그때 여자아이가 또 울상을 지었다.

"저는 딴 거 먹고 싶은데요."

으아아, 나도 눈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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