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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Apr 24. 2023

그녀에겐 코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늙은 수의사는 그녀에겐 코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에게는 후각만이 남겨졌다.


그녀에게 세상은 9년 안팎의 비디오였고,

그간의 세상이 그녀 색채의 전부였다.


그녀에겐 코밖에 남은 것이 없어, 위험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집안의 기둥, 문턱, 신발장 모두 그녀에게 무서운 벽이었다.

열심히 뛰는 법도 잃어버렸고,

걷는 것도 서툴러했다.

나만 그녀의 콩콩 박는소리에 익숙해졌다.


하루는 그녀가 답답하다고 울었다.

그녀를 껴안고 늘 가던 산책로를 한 바퀴돌았다.

그러다 이름모를 꽃을 하나 꺾어 코에 가져다 대었다.

그녀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수의사는 늙은 그녀에겐 코만 있으면 된다고 했고,

그녀에게는 기억만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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