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다가 당한 봉변
한가로이 부모님 댁에 누워있던 어느 낮.
내 무릎만 한 유치원생 조카가 다가와 히히히 웃으며 말했다.
"삼촌은 오줌이에요"
여유로운 마음에 누워있던 나는 대뜸 들어온 공격.
놀라 왜냐고 물었더니
"오줌은 똥이랑 비슷하니까요. 히힛"라고 답한다.
아무리 집구석에 누워 폰이나 하고 있다해도 내가 오줌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운 모독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미취학아동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차분히 답했다.
"삼촌은 기분이 좋은데? 00(조카)이가 똥이니깐 친구라는 거잖아"
그러자 순간 조카는 당황하며 말했다.
"저는 똥이 아니에요!"
"그래? 그럼 똥이 아니라 뭐야?" 나는 다시 되물었다.
"저는 변기통이에요! 오줌이랑 똥을 버리는 사람이에요"
나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와~ 00이는 변기통이야?"
"네!" 아마 그는 본인이 똥이 아니라는 것에 만족했다.
심지어 나를 이겼다는 생각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사회는 냉혹한 법, 가만있던 어른을 욕되게 한 대가는 치르고 해주고 싶었고, 그때부터 나는 노래를 불렀다.
"반가워 변기통~ 00 이는 변기통이래요~"
"삼촌이 다음에 똥 싸러 갈게~"
조카는 기겁을 했다. 입만 어버버하며 어떤 명확한 단어도 꺼내지 못했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00이는 말하는 변기통이래요~"
잠시 당황하다 "똥삼촌~ 오줌삼촌~"으로 응수하는 꼬마인간
하지만 목소리 크기 차이였을까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사라지는 그.
내가 너무 어린애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승리는 언제나 기쁜 법.
그리고
다음번 언젠가
다시 누나식구들을 만난 (그 사소한 승리를 기억도 못 했던) 어느 날
조카가 대뜸 나를 보자마자 결연히 말했다.
"삼촌, 사실 저는 변기통이 아니라 변기통을 쓰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