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따뜻한 차를 내올게 누가 그랬지 오랜 슬픔은 미온수로만 씻겨진다고
마음에 찰과상을 입으면 음악을 찾아 듣는다.
얼마 전 만난 친구도 나와 같은 말을 했다. 휘청거릴 때마다 음악을 평소보다 더 든든히 몸속에 채워 넣는다 하였다.
무진 애쓰며 살아도 불운을 마주치기 일쑤다. 불행이 불행으로 끝나면 다행이겠건만. 불안으로 번지게 하는 헛된 상상이 우리를 탓하게 한다. 불안은 산불 마냥 전염한다.
불안은 평시에 내 마음 한편 작은 요사채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데, 허튼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 조용한 방의 문이 벌컥 열리고 거기서 불안이 튀어나와 내 머리를 향해 달려든다.
그때 별안간 구조대처럼 출동하는 인력이 바로 음악이다. 귀를 통해 육신으로 들어온 음악은 경찰복을 입고 마음의 국경에서 바리케이드를 쳐준다. 그리 우리의 불안을 단속한다. 그러다 심장에 다다르면 메아리를 울리며 말한다. 괜찮아. 내가 있어.
음악을 한 번도 먼저 찾아 듣지 않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식당에서 카페에서 들리는 음악만 들을 뿐, 먼저 찾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난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지만 속으론 놀랐고 몹시 궁금했다. 음악이 없어도 세상을 감내할 수 있다면, 춤을 추지 않아도 울지 않아도 그만인 삶이라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할까.
하루 종일 음악을 지어먹다 친구를 만나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내가 음악처럼 말하게 되어 근사하다. 내 말도 아마추어 멜로디 같아 그에게도 내 어리숙한 마음을 연주해 보인다. 마음에 맞는 친구는 한 번씩 그에 맞춰 답가를 해주기도, 연주를 덧붙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사람 마음 만나는 일이 하모니일지도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난 곡을 쓰고 글도 쓰며 요리를 한다. 그중 음악은 가장 고려할 일이 많다. 하모니와 멜로디, 리듬, 음향, 소리의 질감 모두가 중요하다. 울창히 만들어 내는 것에 어려움이 느껴질 때면 나는 항상 여백의 미를 떠올린다. 하나씩 덜어내 보는 것이다. 선율의 한 점을 떼어내고 쉼표를 그리고 화려한 연주를 떼어내 침묵을 만든다. 그 침묵은 외면보다는 기다림에 가깝다. 그렇게 음악의 서사가 자연스럽고 편안해진다.
우리도 그렇게 비워두는 아름다움으로 서로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힘들 땐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난 마음에 화상을 입을 땐 음악을 하루 종일 듣는다. 때론 헤드폰을 벗고 당장 당신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기계 안에서 불출되는 녹음된 소리 보다 너와 내가 만나 심장박동과 함께 바라보는 눈빛이 고운 선율이고 생생한 가사일 것만 같다.
당신이 힘겨워 음악을 듣고 싶다면 빈 악보가 되어 그저 오라. 걱정 없이 내게 오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