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2차 접종이 다가오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돈카츠 욕구가 차올랐다. 평소에도 돈카츠를 좋아했지만 갑자기 돈카츠로 생각이 가득 차 매 끼니 마다 녹색 지도에서 돈카츠 전문 식당만 찾은 건 처음이다. 백신 맞기 전에 몸을 최선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다는 핑계로 돈카츠를 찾았고 실제로 돈카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이게 최선이야? 돈카츠야, 너 먹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 돈카츠는 아무 죄가 없는데 괜히 심술이 난다. 2차 접종을 끝내고 백신 맞았으니 몸 상태를 최선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른 식당을 찾아봤다. 상수역 부근 골목 안쪽 어딘가에 숨어 있는 식당, 소담카츠를 찾아간 것을 그런 경위에서였다.
찾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곳에 있다. 광흥창역에서 상수역으로 가는 길이라면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바로 찾을 수 있고 홍대에서 상수역으로 가는 길이라면 골목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어느 길을 걷다 발견하든 일단 낯선 숲에서 만난 별장처럼 깨끗하고 아늑해 보인다. 난로에서 뻗어 나오는 불처럼 아늑한 빛이 하얀 건물의 지층을 밝히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갈색 가구와 하얀 전등 빛으로 채워진 깔끔한 가게가 손님을 반겨준다. 백신 접종으로 서서히 아파오는 왼팔과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했던 백신 걱정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간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고 했어.’
좋은 때깔을 위해 선택한 메뉴는 안심과 등심을 모두 먹을 수 있는 반반카츠 A. 위로는 안심이요 아래로는 등심이 한 줄씩 총 2줄이 나온다. 두 카츠 모두 부드럽되 살코기의 식감과 육향이 풍기는 안심과 기름으로 고소한 풍미가 매력적인 등심이 각각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와중에 겨자와 소금이 카츠와 궁합이 좋다. 찌르르한 첫맛으로 식욕을 돋우는 겨자는 안심의 육향과 등심의 고소한 풍미를 돋보이게 해준다. 코를 ‘확’ 뚫어주는 와사비와는 달리 말 그대로 입맛을 순간적으로 돋워줘 한 입 한 입을 즐겁게 해준다. 소금의 짭짤한 맛은 카츠와 함께 입에 들어오는 순간 단맛처럼 느껴진다. 카츠의 바삭한 식감 사이로 짠맛과 단맛 그 사이의 맛이 관통해 맛의 변화가 즐겁다.
백신 맞기 전에 몸을 든든히 해야 한다는 이유로 돈카츠를 먹었는데 정작 마음에 드는 돈카츠는 백신을 맞고 난 후에 만났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되긴 한가 보다. 물론 때로는 우물을 파다가 물도 못 마시거나 물을 마셔도 걸쩍지근한 물을 마시기도 한다. 우물을 파는 것이 귀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도 때때로 느껴지는 식사의 즐거움을 잊지 못해 지도를 뒤지고 배고프기 위해 걸어서 목적지까지 간다. 백신 맞은 사람이 왜 그렇게 몸을 혹사했냐고 한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겠다. “거기에 식사의 즐거움이 있으니까요.”